얼마전 우연히 과거에 내가 쓴 묵상 노트를 본 적이 있다. 묵상 "노트"라고 해서 어떤 공책이나 수첩이나 다이어리 같은 것이 아니고, hwp 파일로 컴퓨터에 저장된 것이다. 나는 가능하면 모든 것을 디지털 포맷으로 보관한다. "묵상모음"이라는 하나의 파일 안에 내 묵상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오래 전 묵상부터 차근히 읽어 나갔다. 그 글을 쓸 당시 어떤 상태에 있었고, 어떤 마음으로 묵상을 정리했는지 분명하게 생각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아니 더 많았다.) 묵상할 당시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과거의 묵상들을 읽어 나가면서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말씀을 묵상하면서 평소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거기에는 내 삶의 모습이 많이 부족했다.
묵상은 일기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내 개인사의 기록이 될 필요는 없다. 아니 내 개인사에 너무 치중하게 되면 "나" 중심의 묵상이 되고 "하나님" 중심의 말씀 묵상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내가 말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하나님께 시선을 두고 하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 내 "삶"에, 내 인생 가운데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상적인 묵상이란 내 삶에 "적용"된 묵상, 다시 말해 내 삶에 침투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기록이어야 한다. 내 삶의 핵심을 건드리시는 하나님이 드러나야 한다.
성경을 처음 접하던 1991년부터 나에게 성경은 "연구"대상이었다. 늘 성경을 공부하고, 분석하는 훈련을 받아 왔다. 그 훈련은 나로 하여금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말씀을 전하는 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묵상 시간까지도 그런 자세를 견지한다면 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묵상은 연구가 아니라 청취의 시간이다. 물론 본문을 분석하는 가운데 contextualize를 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확실히 들을 수 있지만, 그 후에 "나에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야 하고, 그 말씀은 보다 더 구체적인 삶의 문제/현장에 적용되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아직까지 그 적용부분이 많이 약한 것을 본다. 말씀이 살아 역사하는 것을 강하게 체험하기 위해서는 적용이 핵심이다.
내 스스로에게 훈련을 시킬 필요가 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삶에 맞닿아 있는 묵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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