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금 엘파소의 한 호텔에 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에 갑자기 서부여행을 확정하고, 정말 후다닥 준비를 해서 주일 아침 1부 예배 후 서부로 향해 떠났습니다.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차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나서 헝그리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El Paso를 들러 Grand Canyon과 Zion Canyon (혹은 Bryce Canyon)을 돌아보고, Las Vegas에서 잔 후 바로 LA로 가서 약 이틀 정도 머문 후, 다시 El Paso를 통해서 Austin으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철저한 계획이 미리 세워지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저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마네요...

어스틴을 출발해 I-10을 타고 8시간을 달렸습니다. "광야"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실감나게 하는 도로 주위의 풍경,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제한속도 80마일의 도로 위를 달리면서, 텍사스의 또 다른 면을 보았습니다. '이게 서부로 가는 길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미국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달렸습니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서도,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못하고 저 혼자서 계속 운전했습니다. 아마 앞으로 집에 돌아 올 때까지 거의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훈전을 거의 혼자서 감당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가 운전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전석에 앉을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차와 제가 일체가 되었다는 느낌, 그 안에서 어딘가를 달린다는 것이 저에게 기쁨을 줍니다.
둘째 이유는 첫째보다 더 중요한데, 그것은 제 가족을 제가 책임진다는 것 때문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안전이 저에게 달려 있고, 또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일을 위해 제가 헌신하고 있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봉사욕구를 만족시키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족을 위해 중요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운전을 해 왔지만, 아직도 운전을 부담스러워하고, 즐겨하지 않는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해 주는 하나의 배려이고 섬김이라는 것이 저를 기쁘게 만듭니다.
마지막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가 아내의 운전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내도 운전을 잘 합니다. 아직 사고를 내 본적이 없는 운전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저는 아내의 운전실력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내가 운전석에 앉아 있고, 제가 조수석에 앉아 "쉬려고" 할 때, 거기에는 쉼이 없습니다. 오히려 불안해지고, 긴장이 되는 가운데 더 힘들어 지기만 합니다. 차라리, 제가 운전대를 잡는 것이 몸은 힘들지만, 덜 긴장하고, 덜 피곤합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운전을 도맡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왜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못할까?'를 계속 묵상하면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복음을 전하면서 주님을 믿는 것이란 내 인생의 운전대를 그분께 맡기는 것이라고 자주 말해줍니다. 그런데 내가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면,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결론입니다. 험한 인생을 아무도 의지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서 운전대를 꼭 붙잡고 긴장하며 사는 것도 쉽지 않는 것이고, 예수님은 그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맡기라고 하시지만,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안전과 인생의 향방이 결정되는 운전대를 그분께 맡기면, 그것은 오히려 더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 되고 맙니다.

주님은 선하신 목자입니다. 그리고 전능하신 하나님입니다. 그것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내가 내 인생을 주장할 때보다 오히려 그분이 나를 주장하실 때, 다시 말해, 내가 그분의 온전한 종이 되어 그분의 인도하심을 철저히 따를 때, 거기에서 진정한 안식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으로 내가 그분을 따름으로 안식을 누리는가가 내가 그분을 진정을 믿는지, 신뢰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그분을 신뢰하면 맡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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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Oldman :

하하 저도 그랬습니다. 아내의 운전이 영 불안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한 번 맡겨보니 저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잘 하는 운전이더라고요. 평안하고 즐거운 여행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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