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1996년 이후 알레르기 비염으로 무지 고생하던 중 지난 주에 한의원을 소개받아 가서 진맥하고 한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일주일에 한 두번씩 침을 맞으러 오라고 해서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한의원을 향했다. 한의원이 신림사거리에서 서울대 쪽으로 약간 들어간 곳에 있어서 얼마 안 걸릴줄 알고 학교에서 6시에 출발했다. 7시까지라고 했으니 6시 30분 정도에 도착해서 침을 맞으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차가 엄청 많이 막혀서 학교에서 거기까시 55분이 걸리는 바람에 7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너무 늦어서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거기까지 온 시간이 아까와 들어가면서 선생님에게 늦어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오느라 수고했다고 하면서 침상에 누우라고 한다. 누우면서 땀이 많이나고 피곤하고 힘들다고 푸념섞어 말했더니 아무 말없이 침을 여러 대를 놓는다. 이렇게 많이 맞을 줄 몰랐는데...

내가 알기로 침은 보통 20분 정도 맞는다고 하는데 7시부터 시작해서 거의 8시까지 꼼짝 못하고 누워 있었다. 약 50분 정도가 경과한 후 침을 뺐고, 선생님과 내 체질과 건강관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비염 뿐만 아니라, 땀을 적게 흘리는 것, 피로를 푸는 것, 원기가 회복되는 것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침을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침이 그렇게 많았던 모양이다.) 늦은 시간인데도 전혀 짜증내거나 눈치를 주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주신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의원을 떠나면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냥 가란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 커피나 맛 있는 것 하나 사들고 오면 된다고...

참 허름한 한의원인데... 우리과 다른 교수님이 오십견 때문에 무척 고생하시는데, 국내 최고의 어깨 권위자인 의사에게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이분에게 침 몇 대 맞고 많이 회복됬다면서 신기하다고 소개받은 분인데... 의술에 뛰어난 것 뿐만 아니라(그분의 한약을 먹은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효과가 있다) 의사로서 돈에 욕심이 없고 사람에 대해 긍휼이 많은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요새 이런 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분 덕분인지, 오늘 아침이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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