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표기도를 준비하며...

지난 4년 동안 교회에서 집사로 섬겼다. 집사로서 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매우 중요한 일은 주일예배 때 대표기도를 하는 것이다.
4년 동안 한 두달에 한 번씩 대표기도를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약 4-5분간의 기도문을 준비하기 위해 평균 3시간 정도의 준비시간을 갖는다. 기도문을 준비하면서, 진정으로 교회를 대표해서 하나님께 올려드릴 기도가 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성도들을 향한 나의 훈시나 설교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기도하는 사람은 그때 그때의 교회의 필요 뿐만 아니라 영적 상황까지도 민감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모두가 기도의 제목이 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집사를 휴무하기로 했다. 물론 청년부를 섬기는 부장으로서는 그대로 섬기지만, 교회의 공식적인 직분인 집사직은 내려 놓는다.
내년에 졸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집사로 섬기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고, 따라서 올해의 마지막 대표기도인 오늘의 기도가 이 교회에서의 마지막 기도가 될 것이다.

기도를 준비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교회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부분에서 깨달았다. 그런데 내 스스로 놀랐던 것은, 담임목사님을 위해 기도문을 작성할 때였다. 오히려 교회를 기도할 때보다 더 간절한 마음과 눈물이 나왔다. 교회를 위해 기도할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우리 교회 담임 목사님은 진정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다. 복음을 향한 그분의 열정, 그리고 말씀을 그 모든 삶에 순수하게 적용시키시는 그 삶, 그리고 그분의 겸손 때문이다. 나는 목사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우리 목사님은 인간적으로 가까와 질 수 있는 분은 아니다. 그분의 성격이 원래 그리 다정다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사로 있는 나이고, 목사님을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오랫 동안 섬겨온 나였지만, 목사님과 가까와지지는 못했다.

마지막 기도문을 준비하면서, 나는 교회를 생각할 때 많은 눈물이 나오고 내 마음이 교회에 쏟아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주님의 몸인 이 교회를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을 간절하게 하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느낀 것은 물론 교회도 사랑하지만, 오히려 목사님이었다.
그분을 위해 기도문을 준비하는 동안, 그분을 향한 간절함, 그분의 수고와 어려움, 고통과 외로움이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그것들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문을 쓰면서, 내가 목사님을 존경할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주님을 위해 온전히 헌신된 자에 대한 주님 안에서의 사랑이었다.

내 안에 있던 그 사랑을 깨닫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 교회에서 있을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남아 있는 모든 날 동안, 나의 영적 리더로서 그분을 존경하고 순종할 뿐 아니라 진정으로 더욱 사랑하는 가운데, 복음 안에서 영적 새생명을 낳는 일에 동역하기를 기도한다.

오늘 기도할 때 눈물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데... 오늘 아침에 이미 많이 울었기 때문에 담담하게 기도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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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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