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을 추억하며...

이번 주 주말이 추석 연휴이다. 한국을 떠나 와서 8번째 추석이다. 추석에 즈음하여 이육사의 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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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꿈꾸며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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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추석이 되면 우리 가족은 시골로 성묘를 떠났다. 아버지께서는 늘 고향에 가신다는 생각에 들떠 계셨고, 추석 당일은 아버지의 고향 방문과 성묘로 하루를 보냈다. 


우리 가족의 조상 묘는 산을 두 개 정도 넘어 가야 있었다. 길도 없는 숲속을 맨 앞에 선 선발대가 큰 칼을 들고 길을 내면서 우리 가족 일행은 3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땀으로 온통 범벅을 한 산행 후, 몇 대를 걸쳐 있는 가족묘인 산소 맨 위부터 차례대로 차례를 지내고 모든 차례가 끝나고 나면, 우리 가족은 숲속에서 소풍하듯이 고기도 구워먹고, 나름 대로 가족만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산에서 내려오면 어느덧 해가 지는 저녁 즈음이 되고, 산에서 내려다보는 시골풍경은 정겹기만 했다. 아버지께서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 친척들과 함께 밤새 노시고 그 다음날 광주로 올라 오셨고, 나머지 가족은 친지들과 잠깐 인사를 나눈 뒤 당일에 바로 광주로 올라 왔다.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청포도를 노래했던 시인의 의도와는 영 딴판의 감상이긴 하지만, 먼 타국에서 이 시가 생각나는 것은 바로 추석 때마다 보았던 시골의 정겨운 풍경 때문이리라...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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