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휴일인 어제, 도서관이 문을 안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왔다. 책 한 권을 읽어 해 치워야 했기 때문에... 이 건물 저 건물을 오가며 앉아서 책을 읽는데, 몸이 많이 피곤함을 느꼈다. 책에 집중도 되지 않고, 졸음이 오고... 겨우 50페이지 정도를 읽고 나서는 포기하고 학교를 나섰다.
차를 몰고 학교를 떠나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교회로 가서 읽을까? 아니면 스타벅스나 모짜르트? 편한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내 몸은 자동적으로 차를 집으로 몰고 있었다. 거의 기계적으로...
집에 도착하니 휴일이라 집에 있던 하연이와 예연이가 나를 반긴다. 역시 집이 최고지... 공부하기에는 최악이지만... 몸이 안 좋을 것 같아서 잠깐 동안 잠을 자기로 했다. 평소에는 낮잠 자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아무래도 몸은 잠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구나 집에 오니 약간 더 몸이 좋지 않은 것을 느꼈다.
오후 4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4시에 휴대폰 알람이 울릴 때에야 잠에서 깨어났다. 20분 정도 잘거라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무려 11시간 30분을 잔 것이었다. 식사도, 화장실도 가지 않고, 계속 잠만 잤다.
너희가 일찌기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
평소같으면, 그렇게 오래 잔 것에 대해서 매우 기분이 언짢았을 것이다.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원래 낮잠을 20분 이상 자고 나면 기분이 매우 나빠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사했다. 휴식을 주신 하나님께...
금요일 저녁에 밤 늦게까지 교회에서 목장모임을 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교회목자모임에 참석하고, 그 후에 긴장된 시간 속에서 말씀을 준비하고 저녁에 말씀을 전하고, 주일 아침 1부예배 시간에 실행위원회 미팅을 갖고, 예배드린 다음, 청년부 목자모임을 갖고, 그 직후 집에서 팀장들과 식사를 하고, 조금 일찍 잠들었지만, 새벽 두 시부터 깨는 바람에 잠을 거의 못잔 주말을 보냈기 때문에 몸이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할 일은 많았지만, 그래도 휴식을 깊게 취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밀린 일들을 생각하면 "일찌기 일어나고 늦게 눕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내가 최선을 다해 수고해야만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모든 것을 주님께 맞기는 자에게는 주님이 주시는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게으르게 사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내가 스스로 다 해보려고 하는 그런 노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신앙생활의 또 하나의 묘미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을 경험하고 누리는 자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하나님으로 인해서 "여유"를 갖는 사람이 된다. 집착과 성취와 결과에 대한 것을 내려 놓고, 순간순간 종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그 삶은 풍요로와 진다.
모처럼 가진 긴 잠, 깊은 휴식을 통해 주님께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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