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함

예전... 선교단체에 있던 간사님이 결혼하셨다. 결혼 얼마 후 간사님의 신혼집에 놀러 갔었다. 결혼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그 때... 결혼생활이 궁금해서 이것 저것 여쭤봤다. 그 질문들 중에 하나가 부부생활 하면서 언제 가장 분노하는가였다. 그분은 성격이 워낙 조용하시고 온유한 분이라서 절대로 화를 내지 않으실 것 같았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분노를 품을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 질문은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설마 그럴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그냥 던져본 질문이었다.
그분은 의외로 심각해 지시더니, "아내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할 때..."라고 대답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그분이 분노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놀라기도 했지만, 무시를 당한다는 것이 그토록 심각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놀랐었다.

최근 어떤 일로 내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 때 느낀 내 안에서의 좌절감과 분노는 참으로 의외라고 생각할 만큼 컸다. 내 말이 상대에게 무게있게 다가가지 않고,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간사님으로부터 들었던 말씀, 그리고 그 말씀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각났다.

그렇다. "무시하는 것"은 참으로 상대에게 심각한 상처를 준다. 그것은 온유한 성격의 사람에게 분노를 품게할 만큼, 파괴력이 큰 것이다. 그 아픔을 치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만큼, 그것은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 버린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 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사 53:2-3)

하나님으로 이 땅에 오신 메시야 그분이 인간에게서 철저하게 무시를 당했다. 모든 인간군상들은 그에 대해 증오를 품어 댔고, 그를 외면했다.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무시를 당해도 그 안에 큰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 하는데... 하나님이신 그분이 인간에게서 외면을 당하셨으니... 얼마나 그 마음이 아프셨을까? 하나님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종교열심자들, 적어도 겉으로는 거룩한 척하는 종교 사제들, 고통과 압제 속에서 자신들을 구원할 다윗과 같은 "메시야"를 기다리던 일반 군중들, 그리고 당신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팔레스타인 땅을 거닐었던 제자들... 그 모두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를 외면했고 무시했다. 그는 철저하게 고도한, 볼품없는 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분의 십자가... 그 위대한 능력으로 거듭난 나... 예수를 그리스도로,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는 오늘의 나... 나는 그 하나님을 "무시"하는 죄를 짓고 있지는 않는지... 일상의 삶 가운데서, 그분을 무시하지 않고, 모든 순간에 진정으로 나의 왕으로 모시고, 그분과 동행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을 신뢰하며 무게를 두고 내 삶 가운데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분의 눈길이 머무는 곳, 그분의 마음이 향하는 것으로 내가 달려가고 있는지... 그분의 말씀이 진정으로 내 삶에서 육신이 되어서 구체화되고 있는지...
관념에 머물며, 구호에 불과한 하나의 종교로서 그분을 믿고 있지는 않은지... 내 눈은 세상을 바라보고, 내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갈망에 가득차 있으면서, 그분을 이용하려는 사악함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그러는 과정에서 그분을 지속적으로 무시하면서, 내 뜻, 내 생각, 내 욕망을 관철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믿음이란 그분을 신뢰함으로 내 인생을 그분께 온전히 의탁드리는 것이고, 그분이 원하신 대로 사용하시도록 완전히 내어 드리는 것이다. 그런 믿음을 갖는 자는 절대로, 한 순간이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그분이 절대화 되며, 그 외의 모든 것이 상대화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믿음이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성화과정이다.

하나님을 무시함으로 그분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만큼은 절대 피하고 싶다. 내가 아플지언정, 그분을 아프시게 하는 것은 이제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그것은... 그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분이 나 때문에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당하셨기 때문이다...

주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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