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안철수 교수가 룸살롱에 간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미확인 소문에 오늘 급기야 여당의 대선후보까지 나서서 진실을 밝히라고 안교수에게 요구했다.
확인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룸살롱에 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강하게 여론몰이를 하며 안교수의 신선한 이미지에 상처를 내겠다는 의도이리라.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그 소위 '의혹'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안철수가 그런 사람이었어?'라고 의문표를 붙이기를 고대하는 마음이리라. 물론 많은 국민들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그런 이미지 놀이, 언론 플레이에 넘어가겠지... 그 전략은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그 효과가 검증된 것이니까...

사실 갔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조차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치고, "안교수가 룸살롱에 갔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들은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서, 그리고 일반화된 이미지로 그 의미를 거기서 추출하는 것이고, 그것은 진실, 혹은 사실과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당에서는 바로 이런 것을 가지고 play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내 평생에 룸살롱에 간 적이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무슨 평가를 내릴까?
'세상에... 크리스천이라는 사람이... 그것도 집사가...'
'겉보기는 멀쩡해 보이는데, 뒤로는 할 짓 다 했군...'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위선자.'
등등  나는 악한 세상에 속한 자로서, 그 중심에서 할짓 다한 못된, 그리고 위선적인 크리스천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정작 "룸살롱에 갔었다"라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는 아직 모호하다. 사실 이야기 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룸살롱에 갔었던 것은 단 한 번. 군대에 있을 때(그때는 크리스천이 아니었다) 졸병시절, 광주의 한 시내에서 동기 기수 중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네 명이 만났다. 그 중 한 명이 대낮인 2시에 술을 먹자고 제안했고, 자기 형님이 룸살롱을 하고 있으니 거기로 가자고 제안했다. 동생이 동기들과 왔으니 술 값을 많이 안 받을 것이라면서... 그 때도 술을 안 마시던 나는 좀 꺼려지긴 했지만, 동기들이 가자고 해서 같이 따라갔다.
지하로 내려간 룸살롱에는 진짜 "룸"이 있었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둘러 앉아 술을 먹을 수 있도록 구조가 된 방.. 거게에 네 명의 군바리들이 앉았다. 대낮에... 룸살롱 주인이었던 동기 형님이 들어와 우리들과 인사하고, 먹고싶은 것 뭐든지 먹으라며 푸짐한 과일안주와 여러 안주를 들여 보냈다. 젊은 여자 한 명과 함께...
동기들은 술을 먹기를 원했지만, 대낮부터 술을 먹기가 좀 그랬는지, 그리 많이 마시지 않았고, 술에 입도 대지 않는 나는 안주만 냅다 집어 먹었다. 같이 들어오 여자는 내 동기와 잘 아는 사이인지 룸살롱 영업이나 손님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동기들은 힘든 군대생활에 대해 푸념하다가 네 시 정도에 룸살롱을 나왔다.
그것이 내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룸살롱 체험이었다.

내 평생에 룸살롱에 가본 적이 있는가?
물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 경험이 룸살롱에 갔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이미지와 어떤 면에서 일치하는가 혹은 일치하지 않는가?

'안철수 교수가 룸살롱에 갔다'는 주장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다. 그것으로 안교수를 평가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이 이슈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안 교수의 이미지가 그런 것이 문제가 될 정도로 대중들에게 깨끗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런 문제를 이슈화시켜야만 했을 정도로 여당에서 안교수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거리를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룸살롱에 상습적으로 들락거리며 접대받고 접대하며, 여성에 대해서 수많은 추태와 비행을 일삼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당에서,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룸살롱"을 이슈화하는 것이다.

정말... 치졸한 작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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