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두번째 질문...
자기 존재의 밑바닥을 확인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결론은 "불가능하다"이다.
사실 내 죄성의 바닥을 확인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이다. 그것은 인간을 과대평가한 소치일 뿐이다.
인간의 죄성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아담의 타락 이후 인간의 타락상이 창세기 3장부터 11장까지 잘 나와 있고, 성경 전체를 통해서 보여지고 있다. 인간의 밑바닥은 죽을 때까지 확인해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타락했다. "Total Depravity"는 인간의 타락 범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내 죄악의 밑바닥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평생 죽을 때까지 그것만 하더라도 죽기전에 그 바닥을 확인할 수 없다. 그것이 성경적이다.
밑바닥을 확인한다는 말 그 자체가 뭔가 내 죄의 끝이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리고 그 말들을 자주 사용하는 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철저하게 절망할 만큼 내 죄인됨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게 그거다. 내 죄악의 밑바닥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내가 내 스스로에게 철저하게 절망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내 안에 생기는 죄에 대한 내성 때문이다.
내 안에 흉악한 죄를 발견할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나에게 절망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죄를 짓는 내 모습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So what?" 그런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인간은 죄에 대해 내성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죄를 짓고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의 죄를 보고 절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으로 친절한 의협심과 사명감에 가득차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서져야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서 부서지는 것을 도와주고, 때로는 그것이 도를 넘어 돕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부숴뜨리기로 작정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례들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 인격을 모독하는, 참으로 무례한 언행까지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참으로 불쌍한 자들... 그들이 망각한 것은, 그것은 옆에서 도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자신들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것... 자신들이 나서는 것은 인간적인 열심과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는 대부분이 영혼을 더 깊은 어두움과 상처 가운데로 몰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것... 인간이 진정으로 스스로의 죄를 보며 절망하게 되는 것은 오직 성령의 역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서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나선 교만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본인들은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된다고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식으로 역사하시는 분이 아니다. 만약 옆에서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한 영혼의 죄를 들춰내고, 찔러대고 상처를 주는 대신, 그 영혼에 성령의 역사가 있도록, 성령께서 임하셔서 그 영혼이 자신의 죄악됨을 철저히 깨달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것 뿐이다. 그리고 사랑과 온유와 인내로 그 영혼을 섬기는 것이다.
사실 한 영혼이 자신의 죄인됨을 가장 철저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깨닫는 방법은, 자신의 죄악됨에 집중하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노출되었을 때이다. 믿음이 있건 없건간에 성경의 말씀으로 사람은 하나님께 노출될 수가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 노출되었을 때, 인간은 그 거룩하시고 흠이 없으신 하나님에 비해서 자신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이라는 햇볕이 비추일 때 인간은 자신의 어두움을 자각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영혼에게 죄악을 지적하며 끝임없이 자신의 죄, 부족함, 나약함, 더러움에 집중하게 하는 것보다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주며, 그분께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내 밑바닥... 그것을 들여다 본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게 될 때,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려주는 그 말씀에 노출되어 그분을 바라보게 될 때(그것은 성령의 역사로만 가능하다), 그 때에야, 내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인 내가 영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리고 하나님(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지속적으로 말씀을 통해 나누는 것 뿐이다. 정말 그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