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아주머니...

그저께 연구실에 들어오니 따끈따근한 옥수수 네 개가 책상에 올려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우리 층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그 덕분에 참 맛있는 옥수수를 먹었다.

어제부터 그 아주머니가 내 방문을 기웃거리신다. 급기야 내가 연구실을 좀 오래 비우는 때가 언제인지를 물어보신다. 왜그러시냐고 여쭤었더니 내 방 왁스칠을 하고 싶으시다고...

방학 동안에... 학생들이 없는 그 시간에 청소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달프다. 모든 교실의 책상을 끌어내고 비우고 그 큰 방을 깨끗이 청소한 후 왁스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을 한 층 한 층 해 나가야 하니 얼마나 힘드신지... 얼굴에 맺혀있는 땀방울을 보면서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얼마 전에 6층(내 연구실이 있는 층)도 왁스칠을 하냐고 여쭸더니 올해는 안 해도 된다고 그러셨다. 그런데도 내 방은 꼭 해 주고 싶다고... 왁스칠 잘 하시는 아주머니를 섭외해 두셨다고...

왁스칠 하면서 화학약품을 들이 마셔야 하고, 내 방의 집기를 모두 빼내셔야 하고, 깨끗이 청소해야 하셔야 하는 그 고초를 아는 나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할 수 없어서 극구 말렸다. 절대... 하지 마시라고...

오늘 아침 방학 중에 학생들과 하는 공부 모임(세 시간)을 하는 사이에 급기야 아주머니가 일을 저지르셨다. 돌아와 보니 방 바닥이 완전히 새로와졌다. 아직도 진동하는 왁스 냄새...

그런데 아주머니 표정이 어둡다. 이유를 여쭤봤더니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커피메이커의 유리 그릇을 떨어뜨려 깨뜨렸다는 것. 미안해 하시면서 집에 있는 것을 가져다 두시겠단다. 이번에도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원래 오래되서 바꾸려고 했다고, 절대 가져오지 마시라고 읍소를 했고,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걱정된다. 월요일에 연구실에 와 보면 이미 가져다 놓으시는 것 아닌지...

새벽 네 시 반에 출근하셔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그 수고에서 몇 푼 받지도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하면서도 최선을 다하시는 그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하기만 하다. 커피포트는 제발 그냥 잊어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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