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대한 소회...

지난 11일 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기절하여 바닥에 쓰러진 후 약 11일 만인 어제 학교에 나가서 일정시간 버티다가 채점해야 할 것들을 겨우 챙겨서 집에 일찍 왔다. 그리고 오늘은 서울 동부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과 교수님들과의 회식에 참여했고 학교에 잠깐 들러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모험"을 감행했다. 비록 지하철에서 집까지 걸어 오지는 못하고 택시를 타긴 했지만...

바닥난 체력은 오늘 과교수님들이 보여주신 사랑과 아내의 정성스러운 간호로 언젠가는 채워 지겠지...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 좋은 병원에서 진찰을 하기로 했으니 원인도 밝혀질 것이고...

신체적인 것 외적인 원인을 찾는다면, 올해 겪은 큰 일들: 어머니의 소천, 세월호, 아메리카학회 국제학술대회, 그리고 학교관련 긴 출장, 이 네 가지가 에너지를 고갈시킨 원인으로 보인다.

그 중 어머니의 소천. 오늘 약속장소로 가면서 어머니를 모시던 길을 지날 때, 차 안에서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어머니...'
그 냥 그 말을 혼자 되뇌이던 것 외에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세월호는 어머님의 소천보다도 훨씬 정서적 에너지의 소모가 큰 사건이었다.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신 분이었고, 천국에 계실 것이라는 믿음이 나에게 아픔 가운데서도 위로를 줬지만, 내 자식같은 아이들과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을 그 차가운 바다에 수장해 버린 그 사건, 그리고 그 사고와 유가족을 대하는 정부와 여당, 제1야당의 태도는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오랜 눈물로 내 심신이 지쳐갔던 모양이다. 나는 도저히 이 악한 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 지금도 그들에 대한 분노가 끌어 오른다.

체력이 다시 충전된다면 그 분노를 사회변혁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조금씩 더 구체화시켜 나가야겠다.(물론 지금은 학기말 성적을 내는 것이 급선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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