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토요일 오전...
참으로 오랫만에 말씀 준비에 대한 부담이 없이 오전시간을 보낸다.

한글학교 가는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상을 차리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돌려 놓고, 집 정리하고, 보리차물 끓이고, 묵상하고, 공부하고...

지난 한 주간... 어제 목장모임에서 나눴듯이 1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 속에서, 갈팡질팡하며 보냈다. 그리움에 사무쳐서 힘들어 하다가, 믿음 가운데 담대해 지다가,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슴 아파하다가, 주님께 맡기다가... 너무나 변화 무쌍한 내 영혼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들어 했었다.

오늘 아침... 모든 것이 평온하다.
혼자만의 시간...
주님과 독대하는 시간으로...
Coram Deo의 시간으로 삼으련다...

내 영혼의 요동은 앞으로도 한참을 지속하겠지만, 결국은 내 자신이 주님 앞에서 무릎꿇을 것이라 믿는다.
그분 한 분만으로 만족한 삶을 살 것이라 믿는다.

지난 토요일 마지막 설교를 위해 면도를 한 후, 지금까지 턱수염을 자르지 않고 있다. 앞으로 계속 수염은 자랄 것이다. 내 마음에서 청년부가 내려 놓아 지고, 나의 이삭이 하나님께 바쳐질 때 즈음, 그 턱수염을 자르고자 한다. 얼마나 수염이 길러야 내 안에서 내려 놓지 못한 청년부에 대한 애착이 내려 놓아질지,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평생동안 턱수염을 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언젠가는 주님 앞에 기뻐하며 자를 날이 있을 것이라는 것...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큰 별이 지다...

2010년 9월 2일.

한국 기독교계의 스승인 옥한흠 목사님께서 소천하셨다.
2004년인가... 우리 교회에 오셔서 제자훈련의 필요성을 역설하시던 그 목사님...
그리고 한국에서 큰 집회가 있을 때, 그리고 사랑의 교회에서 가끔 뵈던 그 목사님...

그분이 하나님께서 주신 생의 소명을 다 하시고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한국 기독교가 기복주의적 현실종교 혹은 은사주의/신비주의적 내세종교의 양극단에 머물며 한국 사회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을 때,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제자로서 세상을 섬기는 그리스도인을 양성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셨던 주님의 종.
믿음이란 현실에서 필요한 것들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세에 약속된 천국을 바라보며 이 세상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라는 성경적 진리를 일깨워 주시고, 많은 제자를 세우신 스승...

그리고 대형교회에서 교회 세습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그 때에, 과감하게 정년을 5년 앞두고 그 자리에서 내려 오시며, 자신과 어떤 피도 섞이지 않은 오정현 목사에게 (물론 그 후계자를 잘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 개인적으로 의문이지만) 그 대를 잇게 하신 것은 큰 어른으로서 한국 교회에 던지는 중대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분이 가신 것은 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제자훈련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와 90년대의 끝이 선언된 것이다.
물론 제자훈련의 전통은 결코 없어지지 않겠지만, post-제자훈련의 시대, 다시 말하면 제자훈련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성의 훈련이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 사랑, 거룩, 공의, 하나님의 영광, 헌신, 말씀...

너무나도 핵심적인 이 가치들을 그리스도인의 삶에 담아 낼 수 있는 새로운 틀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그 모든 것을 결코 담아 낼 수 없다는 것.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그것은 이미 입증된 것 아닌가?

한계는 있었지만, 옥한흠 목사님은 분명 이 시대를 일깨우는 선지자로서 보다 더 바른 믿음생활을 향해 나아가는데, 중요한 한 디딤돌을 놓은신 위대한 주님의 종이였다.
그분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제 그토록 사모하시던 주님의 품에 안겨, 위로하시고 칭찬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그 안에서 영원히 안식하시기를 기도한다.

인내를 배운다.

어제 저녁에 깜짝 놀랐다. 이제 겨우 화요일 저녁이라니...
느낌으로는 마치 벌써 몇 달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3일이 지났다니...

토요일 저녁 설교를 마지막으로 청년부를 사임한 후, 마음에 아리는 고통과 아쉬움과 슬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한 시간 한 시간이 버티기가 힘들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주일 저녁에는 그 아픔을 달래고자 나 혼자 Southwest Metropolitan Park에 가서 한 참을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그 주변을 서성거리다 돌아왔다. 그리고 거기에서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이겨내야 한다.' '인내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받는 혹독한 훈련의 시간이다. 마치 군대에서 훈련병 시절에 훈련이 너무 힘들어, 시간이 영원히 멈춰져 있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고통스러워 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혹독한 훈련을 받을 때, 시간의 농도는 그만큼 짙어진다.

어제 청년부의 한 자매가 아내를 만나기 위해 집에 찾아왔었단다. 백인인 그 자매... 그 자매도 내 사임 때문에 아쉬움에 힘들어 하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 자매 뿐이랴? 지금 모든 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아닌가?
아내도 점점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그 힘든 시기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그 슬픔을 삭이며 잠잠하게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내가 아닌가?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로마서 5:4)

인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
잠잠하게... 잠잠하게...

주님 앞에 엎드린다.
시간은 흘러 가겠지...

다음 사역??...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나?

청년부를 사임한 바로 다음날부터... 한 영혼 한 영혼들이 내 눈에 들어오고 나에게 다가온다...

청년부 사역에 온 마음을 다할 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영혼들... 이혼 후 혼자 살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 아픔을 가진 목사인 후배, 교회에서 거부당해 상처 받은 젊은이, 멀리 떠나 있는 동역자...

그들을... 돕는 것이... 그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그들에게 하나님을 증거하는 것이... 이제는 내 사역인가?
그들을 도우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그들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말씀으로 정리해가며... 기쁨을 느낀다...

어떤 모습으로든지 간에, 한 영혼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기를...
그들을 주님께 인도하고, 주님 앞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인생을 살기를...

주님께 기도한다...

청년들이 준 감사패




청년들이 준 감사패...

감사패를 받고 정말 많이 놀랐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감사했고, 그들의 다짐에 희망이 생긴다.

주님께서 늘 다스리시는 SALT가 되기를...

그리고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내 인생이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