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밧새바와 간음하고 우리야를 살인하는 다윗을 봤다. 하나님께서 그의 행동을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표현이 성경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시게 하고 그분을 대적하는 죄악을 저지르는 다윗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최근에 어떤 분으로부터 남자는 돈과 권력이 생기면 꼭 딴짓을 하게 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만약 나라면 그 지위에 있을 때 다윗보다 더 정결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장담하건데 결코 아니다. 이렇게 돈없고 힘없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 앞에 서슴지 않고 죄악을 저지르는 내가 다윗의 자리에 있다면 아마도 성경에 나온 악한 왕들의 계보에 들 것이 뻔하다.
다윗의 죄악을 볼 때마다 놀라는 것은, 그의 죄악의 크기와 깊이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돌이킴이 참으로 놀랍다. 그가 한창 죄악 가운데 있을 때, 나단 선지자가 그에게 나타난다. 그의 출현 자체가 다윗에게는 가슴 철렁한 이벤트였을 터... 왜냐하면 나단은 그 전부터 선지자에 방불하던 다윗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던 선지자의 선지자였기 때문이다. 나단이 그를 알현하고자 했을 때, 그것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다윗답다. 나라면 다난의 등장이 의미하는 것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이 면담을 거부했을 것이다.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고, 창피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죄악을 더 즐기기 위해서... 하지만 다윗은 그와의 면담을 허락한다.
잔뜩 긴장한 다윗에게 나단은 딴소리를 한다. 다윗은 밧세바와의 사이에 대해서 추상같은 비판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사소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아마 그는 그것이 비유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나단은 가축이 많은 부자와 암양 한 마리 밖에 없는 가난한 자 사이의 불의를 마치 다윗과는 관련이 없는 하나의 법적으로 다뤄야 할 케이스인 것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다윗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자기가 지은 죄책감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 과도하게 반응한다. 그는 그 부자에게 대노하면서 그를 즉각 엄벌할 의지를 드러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포장하고 싶었을 터이다.
안도감 속에서 죄책감을 의로운 겉모습으로 깊이 숨기고자 하는 그에게 나단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You are the man!"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어보나 마나다. 내가 죄를 지은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면전에서 그 죄를 들춰낼 때, 그것도, 불의의 습격으로 그렇게 될 때, 나는 분명 그에 반발할 것이다. 죄는 죄이고, 창피한 것, 황당한 것은 다른 문제이니까... 아마 나단을 그 자리에서 쫓아 냈을 것이고, 내가 한 행위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밧세바를 끝까지 책임졌다고,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혹은 심지어 밧세바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 그 여자가 나를 유혹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가능한 모든 구실을 내세워 내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이다.
다윗이 위대한 것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단의 추상같은 돌직구에 그는 말한다.
"I have sinned against the LORD."
변명도 없고, 군더더기도 없다. 체면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 하나님께서 죄를 지적하실 때, 그 앞에 무조건, 즉각적으로 무릎꿇는 것. 그것이 참 대단하다. 죄를 지은 경험이 많은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해한 것이 바로 다윗의 이 반응이다. 이것이 바로 다윗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드는 태도인 것이다.
성경이 지적하듯, 인간을 옥죄는 죄의 결박은 참으로 단단하고 집요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위대한 것은 그 죄의 결박으로부터 나를 자유케 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여전히 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로 하여금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다윗은 스스로 죄인임을 고백하는 이 모습을 통해서 구약의 인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를 미리 받은 믿음의 조상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내 안에 그런 십자가의 능력이 나타나고 있는가? 내가 죄인임을 고백하며, 주님 앞에 즉각적으로 무릎꿇고 회개하는 그런 삶이 내 일상의 삶이 되고 있는가? 이 아침에 다윗을 보면서 내 자신을 부끄럽게 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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