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한국에 와서 처음 맞는 겨울방학... 역시 미국에 비해 훨씬 길다.
방학이 되면 일감이 없어서 실업자 신세가 되는 특성 때문에, 무직 상태로 집에 머물렀다. 그로 인해 방학 내내 우리 가족은 거의 함께 집에서 생활했다. 아이들은 40일을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면 지겨워서라도 어딘가에 좀 나가자고 조를만도 한데... 전혀... 아무 데도 가잔 말 없이 둘이서 잘 논다... 물론 "논다"는 마냥 즐겁게 보낸다는 뜻 만은 아니다. 때로는 깔깔거리며 웃고, 때로는 작은 창작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때로는 각자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리고 물론 때로는 아웅다웅 싸우다가 울기도하고 서로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그 "노는" 행위 중의 하나가 이 비좁은 아파트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놀이"이다. 때로는 하연이가 쫓기고, 때로는 예연이가 쫓기지만, 주로는 예연이가 쫓기고 하연이가 쫓아가서 응징한다. 그걸보면 예연이가 장난을 걸고, 장난을 걸다 좀 지나쳐서 하연이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은가보다. 이 쫓고 쫓기는 행위는 자주 있는 일상이라서 처음에는 주의를 주다가 나중에는 포기하고 그냥 관망만 하게 된다.
어느날 하연이와 예연이가 방안에서 숙덕거리며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좀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예연이가 튀어나와 안방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드디어 또 쫓기 "놀이"가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하연이가 예연이를 쫓아가지 않았다. 도망가던 예연이는 언니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리라... 잠시후 안방에서 예연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대단히 화가난듯이 자기가 도망 나왔던 방을 향해 씩씩거리며 걸어갔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화내면서 하는 말:
"YOU!!!!! Why don't you chase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