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28

첫째인 하연이와 둘째인 예연이는 두 살 차이라서 그런지 자주 다툰다. 한국적인 언니 동생의 위계질서가 있어도 자매지간에 티격태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런 위계 질서가 없는 미국적인 평등관계라서 그런지, 그리고 거기에 더해 둘 다 사춘기라서 그 빈도가 좀 많다.

싸움의 프로세스는 이렇다.
주로 예연이가 언니에게 장난을 걸어 온다. 장난은 말장난도 있고, 가벼운 신체적인 접촉도 있다.
이런 장난에 대해서 하연이는 좀 더 과격하게 반응한다. 주로 힘을 써서...
그런 반응을 대하는 예연이는 (늘 그렇듯) 더 격분하는 가운데 힘으로 반격한다.
그 반격이 이제 티격태격의 시작이고, 결국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아니면 주로 예연이의 울음으로 끝난다.
어느 쪽으로 귀결되든지 둘의 운명은 엄마나 아빠로부터의 야단이다.

늘 반복되는 패턴의 이 아웅다웅에 대해서 얼마 전에 예연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둘만의 산책시간이었던가?)

나: 너희들 왜 그리 자주 싸우는거냐?
예: 언니가 너무 과격해요. 나는 장난인데...
나: 언니가 좀 예민하지? 사춘기라서 그래.
예: 장난을 장난으로 받을 줄 모르고 너무 힘을 써요.
나: 그래... 언니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그런데, 네가 언니에게 장난을 걸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언니를 좀 이해해 주고...
예: 안되요. 절대.
나: 왜?
예: 그럼 무슨 낙으로 살아요? 언니에게 장난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인데...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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