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Grand Canyon

월요일.. 엘파소를 출발하여 New Mexico의 White Sand에 들렀습니다. 밀가루처럼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 태어나서 처음보는 사막은 참 이국적이었습니다. 원래는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가 되어 있어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약간 흐린 날씨여서 오히려 사막을 보기에 더 좋은 날씨였습니다.
Information Center에서 대야처럼 생긴 모래 썰매를 빌려서 사막 한 가운데서 썰매를 탔습니다. 마치 눈썰매를 타는 것처럼 즐거웠네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 했습니다. 저도 오랫만에 운동 좀 했습니다. 좀 오래 타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아이들이 추워했고, 모래가 귀와 코로 들어가는 바람에 오래는 타지 못했습니다.



거기서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Arizona에 있는 Flagstaff으로 향해 달렸습니다. 총 600마일 정도 되는 거리를 달리며 "광야"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농지는 거의 없고, 동물들조차 보이지 않는 붉은 광야... T. S. Elliot의 Waste Land를 생각하며, 더 이상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것을 생산해 낼 능력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의 병폐와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고 푸르른 생명을 약속하신 주님의 약속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묵상했습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약속하신 말씀을 믿는 믿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Flagstaff의 호텔은 Mariott 호텔이었습니다. 너무 좋은 시설에 감탄하며 편하게 잤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숙소가 모두 참 좋은 곳으로 예약이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Priceline에서 예약했는데, 평균 60불 정도의 가격에 매우 좋은 호텔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운전을 혼자서 도맡아 하는 저로서는 저녁에 피로가 잘 풀리는 것이 중요한데, 좋은 호텔의 좋은 침대에서 쉬면서 아침에 몸이 온전해지고, 운전할 준비가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다시 차로 여행하게 된다면 숙소를 좋은 곳으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Grand Canyon으로 갔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깨끗한 시야... 주님이 마련해 놓으신 배려였습니다. Grand Canyon에서 느낀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Canyon이 Grand하다는 것.

전에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느꼈던 것과 똑 같은 느낌... 그냥.. 크구나... 하는 것. 오히려 크다는 생각과 함께, 작다는 생각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내심... 하나님의 위대하신 일에 대해서 시각적으로 느끼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 동안 제가 느껴왔던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Grand Canyon의 경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 주변의 눈을 보며 즐거워했고, 오스틴에서는 해 보지 못했던 눈싸움을 하며 참으로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Grand Canyon에서 그 다음 숙소로 가는 길... 밤에 출발했습니다. GPS의 인도를 따라 갔는데, 가다보니 6000피트가 넘는 험한 산을 넘는 길이었습니다. 오가는 차는 거의 없고, 길은 매우 위험하게 구불거리는 그 산을 넘으며, 주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을 구했습니다. 그리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지만, 긴장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인도로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주일부터 계속 제가 운전을 했는데도,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안네요.. 힘이 넘치고, 오히려 운전하는 것이 더 즐거워집니다.

앞으로 남은 여정도 주님 안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행...

지금 엘파소의 한 호텔에 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에 갑자기 서부여행을 확정하고, 정말 후다닥 준비를 해서 주일 아침 1부 예배 후 서부로 향해 떠났습니다.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차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나서 헝그리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El Paso를 들러 Grand Canyon과 Zion Canyon (혹은 Bryce Canyon)을 돌아보고, Las Vegas에서 잔 후 바로 LA로 가서 약 이틀 정도 머문 후, 다시 El Paso를 통해서 Austin으로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철저한 계획이 미리 세워지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저인데...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마네요...

어스틴을 출발해 I-10을 타고 8시간을 달렸습니다. "광야"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실감나게 하는 도로 주위의 풍경,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제한속도 80마일의 도로 위를 달리면서, 텍사스의 또 다른 면을 보았습니다. '이게 서부로 가는 길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미국이란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달렸습니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서도,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못하고 저 혼자서 계속 운전했습니다. 아마 앞으로 집에 돌아 올 때까지 거의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훈전을 거의 혼자서 감당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가 운전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전석에 앉을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차와 제가 일체가 되었다는 느낌, 그 안에서 어딘가를 달린다는 것이 저에게 기쁨을 줍니다.
둘째 이유는 첫째보다 더 중요한데, 그것은 제 가족을 제가 책임진다는 것 때문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안전이 저에게 달려 있고, 또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일을 위해 제가 헌신하고 있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봉사욕구를 만족시키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족을 위해 중요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운전을 해 왔지만, 아직도 운전을 부담스러워하고, 즐겨하지 않는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해 주는 하나의 배려이고 섬김이라는 것이 저를 기쁘게 만듭니다.
마지막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가 아내의 운전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내도 운전을 잘 합니다. 아직 사고를 내 본적이 없는 운전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저는 아내의 운전실력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내가 운전석에 앉아 있고, 제가 조수석에 앉아 "쉬려고" 할 때, 거기에는 쉼이 없습니다. 오히려 불안해지고, 긴장이 되는 가운데 더 힘들어 지기만 합니다. 차라리, 제가 운전대를 잡는 것이 몸은 힘들지만, 덜 긴장하고, 덜 피곤합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운전을 도맡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왜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못할까?'를 계속 묵상하면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복음을 전하면서 주님을 믿는 것이란 내 인생의 운전대를 그분께 맡기는 것이라고 자주 말해줍니다. 그런데 내가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면,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결론입니다. 험한 인생을 아무도 의지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서 운전대를 꼭 붙잡고 긴장하며 사는 것도 쉽지 않는 것이고, 예수님은 그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맡기라고 하시지만,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안전과 인생의 향방이 결정되는 운전대를 그분께 맡기면, 그것은 오히려 더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 되고 맙니다.

주님은 선하신 목자입니다. 그리고 전능하신 하나님입니다. 그것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내가 내 인생을 주장할 때보다 오히려 그분이 나를 주장하실 때, 다시 말해, 내가 그분의 온전한 종이 되어 그분의 인도하심을 철저히 따를 때, 거기에서 진정한 안식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역으로 내가 그분을 따름으로 안식을 누리는가가 내가 그분을 진정을 믿는지, 신뢰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그분을 신뢰하면 맡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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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20

좋은 가족..
(2006.03.06 다른 곳에 작성한 글)


하연이가 아팠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머리와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고열로 한참을 고통스러워 했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토요일인 어제는 조금 나아졌지만 힘이 없어 보였다.
저녁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 있는 하연이 옆에 같이 누웠다. 누워서 하연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하연이가 갑자기 말했다.

"아빠! 우리 가족은 좋은 가족 같아요.."

"왜?"

"왜냐면요... 하연이는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제일 잘듣는 학생이고요... 아빠는요.. 교회나 이런데서 하나님 말씀을 잘 가르치는 사람이고요... 엄마는요... 선생님이고요.. 예연이는요.. 음... 집에서 착한 아이쟎아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좋은 가족이예요.."

"그래... 듣고 보니 그렇구나.."

하연이가 아빠를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인식을 하고 그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가슴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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