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내 아픔.

세월호 사고로 인해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1월 말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매우 슬펐지만, 지금처럼 우울하지는 않았으며, 분노하지 않고,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어머니가 그리울 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 했을 뿐... 하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시로 터져나오는 눈물은, 죽음 당한 무고한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내 자신과 사회와 정부를 향한 분노와, 눈 앞에서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보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에서 비롯된 무기력감,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온 국민이 겪고 있는 이 슬픔과 충격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른다. 적어도 지금 보이는 조짐으로는 전과 그리 많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그런 기폭제로 사용될 가는성은 적어 보인다. 그것이 참 암울하다.

그런 상황에서 한 가지는 꼭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사고 직후 어린 생명을 애도하는 일부가 슬퍼하며 학생들에게 어른들의 말을 듣지 말고 탈출했었어야 한다며, 교실에서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비난했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를 듣고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비극이 커졌다는 것을 안타까와 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 안내보다는 상황을 판단해서 그 안내를 어기고 탈출했더라면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순진하게 안내방송을 믿고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 것이 참 가슴 아프게 한다.
하지만 일부가 말하는 것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내방송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그 위기를 탈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그럴 때일수록 안내방송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잘 못한 것이 없다. 비록 그들이 안내방송을 철석같이 믿음으로써 죽음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잘못은 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아이들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 문제는 어른이며, 문제는 승무원들이며, 문제는 그들을 "구조"하러 간 어른들이다. 그들이 자신들이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착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이다.
슬픔은 이해하지만,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 가운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해하지만, 본말을 전도하지 않기를...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않기를... 더 위험한 생각들을 아이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퍼트리지 않기를...

아프다... 정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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