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연구실에 처박혀 있다가 9시나 10시가 되어서야 집을 향할 때 즈음에는 온 몸을 휘감는 피로감에 많이 힘들다. 그럴 때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는 자괴감이 밀려 온다. 그 가운데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삶에 대한 불평.
그 불평은 결코 하나님에 대한 원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불평은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을 향한다. 그것은 지금 내 모습을 만드신 분이 그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나를 두신 자리, 그분이 나를 두신 모양, 형편 등등에 대한 불만이기에 결국 그분에 대한 불만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랜 신앙생활의 훈련으로 인해 그 불평 가운데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은 분명 내게 복이다. 불평이 쏟아질 때 즈음, 감사의 제목들이 하나 둘 씩 생각난다.
할 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일 할 공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나에게 공부를 지겹지 않게 하심도 감사.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족해서 허덕이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
하늘을 바라보며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
너무 좋은 동료(선배) 교수들을 주셔서 감사.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에 감사.
가족이 무탈한 것도 감사.
등등등등...
끝없이 흘러나오는 감사는 결국 불평의 기운을 압도한다. 그 가운데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에 대한 감사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 짓는다.
결국, 내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바로 그것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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