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again...

1. 저녁에 집에 가는 길. 복잡한 지하철. 내 뒤에 선 "아저씨"가 나에게 바짝 붙더니 내 등에 얼굴을 대고 휴식을 취한다. 넓은 등짝이라 좀 편해 보였나? 삶에 고단한 한 인생이 내 등에서 안식을 취한다고 기뻐하는 마음이 들어야 그리스도인일 것 같은데, "아저씨"라는 이유로 마음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내가 아직 그리스도의 마음을 갖지 못해서일까?

2. 지하철에서 원하는 자리를 뺏는 방법. 앉을 자리는 없지만 공간은 넉넉한 늦은 아침 지하철. 한 젊은 여자가 내 옆에 바짝 다가와 섰다. 스킨십이 불편해 약간 자리를 옮겼더니 다시 달라와 붙는다. 이러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니, 내가 있던 자리에 그 여자가 서 있고, 나는 다른 곳으로 쫓겨났다. 흠...
3. 가끔씩은... 지하철에서 게임하고 있는 사람을 볼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 특별히 꽉 끼는 지하철에서 바로 옆 사람이나 앞 사람이 그 와중에도 기어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 때에는... 그럴 때는 게임하는 것을 관전하다가 답답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너무 못해서... 그럴 때는 스마트폰을 빼앗아서 내가 대신 해 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그런 경우, 그저 내 눈을 들어 광고를 바라보는 수 밖에...

.

문제는 교육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왕정, 귀족정치, 공산주의, 민주주의 중 민주주의가 가장 위험하고 좋지 않은 제도라고 평가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그는 민중의 판단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엘리트 주의자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 것은 철인정치. 그것은 일종의 왕정, 혹은 독재정치로서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독재의 자리에 가장 현명한 철학자를 앉힘으로써 사회를 위해 최선의 정치를 펼치는, 일종의 이상적인 사회를 꿈꿨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그와 비슷한 정치체제를 갖췄던 Pax Romana 시기의 로마에서 엿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상황을 볼 때, 일부 대선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대중을 볼 때, 플라톤의 사상이 옳은 것 아닌가하는 회의가 강하게 밀려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인정치는 답이 아니다.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민주주의를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유권자들의 의식을 성숙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른 방향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의 문제는 바로 우리 나라의 운명에 직결됨을 알 수 있다. 민주사회에서 교육의 최고 목표는 성숙한 시민의 육성이 되어야 한다.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건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그런 "시민"의 육성이 핵심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교육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대통령이 바뀐다면 물론 세상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교육의 변화에서 온다. 초등학교부터 민주시민의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일에 강조점을 두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불행한 역사의 반복으로부터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교육이다!

.

산행


지난 토요일 지금은 은퇴하신 영문과 원로 교수님이신 이상옥, 천승걸, 김명렬 선생님들과 제자 교수님들 몇 분과 함께 산행을 했다. 학생때 무서워서 자주 피해 다녔던 이상옥, 김명렬 선생님, 그리고 미국문학에 대해서 많이 가르쳐주신 천승걸 선생님.
하늘 같이 높은 그분들과 같이 산행을 하는 가운데, 유쾌하고 따뜻한 그분들의 일 면을 볼 수 있었다. 제자들이 찾아와 같이 하는 산행을 즐거워하시는 그 모습. 막내도 아주 갖난 애에 불과한 나에게 등산용 컵을 주시며 "이제 멤버가 되었으니 꼭 나와야 한다"고 장난 스럽게 말씀하신 선생님들과 즐거운 산행을 하는 가운데 그분들 밑에서 배우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우리나라 최고의 문장가 중의 한 분이신 김명렬 선생님께서 잊지 않으시고 당신의 글 한편을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 주셨다. 역시나 명문장...
학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하셨고, 우리 나라 영문학 교육의 틀을 세우신 원로 선생님들께서, 특히 암과 싸우고 계시는 천승걸 선생님께서 건강하게 오래 사시기를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