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왜 이리 내 마음은 아픈지...
왜 이리 공허하며, 슬픈지...
왜 이리 화가나는지...
왜 이리 참을 수 없는지...

모든 생각이 청년부에 관한 생각들로 가득찬 나머지, 아무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이라도 뜻을 돌이켜 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 회개하기도 하고, 감사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모든 노력이 허사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기도해 온 끝에 지난 7월 초에 목사님께 청년부장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말씀드렸다.
오랜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분명하게 깨닫고 내린 내 순종의 결단이었다.
그리고... 7월 말경... 차기 부장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픔...)
8월의 첫째 주일인 지난 주일, 수련회를 준비하는 조장모임을 마치고, 그 전날 준비했던 사임에 관한 쪽지를 다시 한 번 읽고, 다듬고 기도한 후, 다음학기부터 목자로 섬길 세명의 목자들에게 보냈다. (더 큰 아픔...)

오랫동안 생각해오긴 했지만, 하나씩 구체화 되어가는 사임 과정을 보면서, '이제 내가 진짜로 청년부를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피부에 와 닿는 이별...

하나님께서 뜻하셨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너무 사랑하셔서 취하신 조치인데...
내가 하나님만 더 사랑하고 섬기도록 하시기 위해서 하신 것인데...

예수 그리스도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신앙이라면... 그분 한 분이면 족하다는 신앙이라면... 그분만이 삶의 목표이고, 방법이라면... 그분만이 내가 가진 모든것이라면... 왜 내 마음은 이리도 아플까?

청년부가 내 개인 소유도 아닌데... 청년부를 떠난다고 내 소유중 잃는 것은 단 하나도 없는데...
오히려 하나님을 더 소유하고 더 누릴 수 있는 기회인데...
나에게 상실감은 왜 이리도 클까?

그 동안 변질된 내 신앙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나님의 것이 내것이 되어버렸고, 내가 너무 많이 소유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나님 한분으로 만족하지 않게 되었고, 뭔가 거기에 덧붙여지는 것을 누리고 살았던 것이다.
그분께 드리는 헌신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내 섬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적인 애착과 애정이 이미 도를 넘어선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아시고, 내 안에서 수술을 감행하시는 것이다. 그것들을 도려내시는 것이다. 그것을 그냥 두었을 경우, 암처럼 내 영혼을 완전히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수술을 단행하시는 것이다. 고통이 있지만, 치유가 약속된 수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살 수 있는 수술을 감행하시는 것이다.

아프다...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이 나를 살리는 아픔임을 믿는다.
없어져야 할 것들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주님만이... 내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나를 전부 차지하셔야 한다.

Soli Deo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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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젯밤... 가게에서 우유를 사서 집에와서 주차하려고 하는데, 어떤 차가 근처에 와서 멈췄다. 그리고 고등학생이나 많아야 대학생 신입생 정도 되어 보이는 백인 여성이 내 차로 다가왔다.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제스쳐를 하길래, 뭘 물어보려는가보다 생각하고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그 사람이 다짜고짜 말했다.

"Can I hold your hand?"

나는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제가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몰라 순간 멍하게 있었다. 길을 물어본다든지, 아니면 아파트 호수를 물어보는 것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완전히 예상에서 빗나간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Sorry?"

"Can I hold your hand for a while?"

매우 예쁘장하게 생겼고, 멀쩡한 그녀의 요구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요구였다.
그녀가 타고 왔던 차를 힐끔 보니, 어린 남자로 보이는 사람이 뒷자석에 타고 있었고, 앞좌석에는 친구로보이는 여성들이 타고 있었다.

"You mean 'hand'?"
라고 말하며 무의식중에 내 왼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을 두손으로 쥐고 한참을 그냥 서 있었다. 나는 그저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What on earth are you doing?"이라고 물어봤고, 그 후 그 사람은 내 손을 놓고 차를 타고 사라졌다.

참 어안이 벙벙하고,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무슨짓인지... 참...'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나로서는 그 어린 여자가 왜 그런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친구들끼리 치기어린 내기로 그렇게 했을 수도 있고, 무슨 실험의 한 과정이거나, Training의 과정, 혹은 종교적 의미를 갖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아무런 의미없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그 쪽에서는 분명한 논리와 상황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그녀는 그 일을 감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나 내부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매우 황당한 일을 겪은 것이다.

요즘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비슷한 것을 느낀다.
하나님께서는 대부분의 경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와 상황 속에서 당신의 뜻을 펼치시고 이루어 가신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나로서는 도저히 왜 그렇게 하시는지를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시고, 나에게 그것을 요구하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인간적인 마음에, 이해가 될 때까지 불순종하려는 마음이 생기거나, 혹은 억지로 순종하더라도 도저히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기쁘시게 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어젯밤에 만났던 황당한 그 어린 여자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인격이시다. 지극히 선하시며, 지극히 공의로우신 하나님이시다. 그분의 결정은 항상 옳고 선하다. 내가 비로 지금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인격을 믿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분이 나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나에게, 그리고 그분께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믿고 나아갈 수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믿음이다.

요즘,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그 믿음을 요구하신다. 너무나 많은 생각들 때문에 그 믿음이 나의 믿음이라고 고백되지 않는 이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기다리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내 입술을 통해 고백되어야할 말은 바로 "하나님... 그것이 바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옳습니다. 그렇게 저를 인도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고백이다.

하나님은 완벽하게 선하신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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