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5시에 차를 몰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일찍 학교에 가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였지요. 오랫만에 차를 몰고 달려가는 길 내내 너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단 한 대를 제외한 모든 차들이 교통신호를 완전히 무시하고 달리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빨간불과 파란불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도로에 그려진 차선마저도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듯 마구 질주하는 차들... 차종에 상관 없이, 택시, 승용차 가리지 않고 모든 규칙을 무시하며 달리는 그 모습...
'내가 미국에서 너무 오래 살았나?'라고 혼자 생각하며, 이 희한한 광경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서 정차해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불편하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융통성이 전혀 없고, 앞뒤 꽉막힌 사람이 되어 버린듯한 자괴감. 나도 그들과 같이 달려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과 그러고 싶은 충동 가운데, 얼마 안 되는 정차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요즘 정치권에 대한 분노, 특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우리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그 분노의 본질은 법과 규칙을 그 누구보다도 지키고 수호해야할 장본인들이 법과 규칙을 무시하며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지 거리끼지 않았던 것에 대한 것일 겁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대형 스캔들을 보면서 "세상에!" "저런!" 등등의 탄식가운데 그들을 정죄합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정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탈법이 우리의 규칙위반과 본질적으로 다를까요? 사안의 경중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는 면에서는 같은 것이 아닐까요? 이번에 그들을 심판하면 다음에는 나아질까요? 우리 안에, 우리 사회 안에 준칙과 준법의 정신이 사라져 있는데, 그것이 가능할까요?
그리스도인이 20프로가 넘는다는 우리 한국사회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들이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을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 하는 자들은 당연히 국가의 법도 두려워하고 존중할 줄 아는 자들이어야만 합니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질주하며 달리는 그들 가운데,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하는 자들은 없었을까요?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은 복음으로 거듭났다는 것이고, 거듭난 자들은 세상의 목적을 따라 살아가는 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입니다. 모든 면에서 다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교통신호를 지키는 것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변혁을 위해 투표해야합니다. 사회 변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운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앞에 바른 삶을 먼저 사는 것, 그리고 그런 바른 삶의 기운이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확산됨으로써, 세상이 함부로 살지 못하도록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빠진다면, 그 "운동"은 허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중에 내가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서 정차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전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내 신앙 고백이요, 내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아무리 불편하고, 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더라도, 그것 때문에 나는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것은 내가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