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목장모임을 마치고 11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목장모임에서 받은 은혜로 아내와 나는 참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아파트 문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짐들을 챙기고 차 문을 잠그고 아이들의 뒤를 따랐다.
우리가 없는 그 짧은 사이. 아이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 하연이는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가고, 예연이는 엄마에게 와서 하소연을 했다.
"언니가 #^%$*&^%(&^*^@@!$라고 말했어요!"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와 아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험악한 말을 했던 것이다. 나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집에 먼저 들어와 있는 하연이에게 사실확인을 먼저 했다. 정말 그 말을 했는지... 하연이는 그렇게 말했다고 수긍했다.
나는 그 즉시 하연이를 데리고 애들 방에 들어가서 무릎을 꿇게 하고 손을 들게 했다. 그 벌이 너무 가벼운 것 같아서 그 손 위에 책 두권을 올려 놓았다. 그 때까지도 하연이는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깨닫지 못하는 듯 했다. 올린 손으로 장난도 치고, 가끔씩 약간의 미소도 머금으며,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작심을 하고 무서운 목소리와 얼굴로 하연이에게 하연이의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를 일러 주었다. 아빠의 목소리와 얼굴을 통해서 사태가 가벼운 것이 아닌 것을 깨달은 하연이는 점점 더 진지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I didn't mean it..."
그 말 한 마디로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느냐는 듯한 조심스러운 항변이었다. 나는 그 말의 이면에 숨은 하연이의 증오와 미움을 이야기 했고, 예수님께서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살인하는 것과 같닥 말씀하셨다는 것. 그래서 그 미움이 얼마나 큰 죄인지, 하나님께서 그 죄에 대해서 얼마나 진노하고 계시는지를 말씀을 들어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하연이는 자신 안에 있는 동생에 대한 미움과 거기에서 비롯된 자신의 독설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깨닫는 것 같았다.
얼마 후에는 나에게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벌서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을 했다.
나는 하연이의 죄에 대한 나의 실망과 분노, 그리고 하나님의 실망과 분노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분노 만큼 고통의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올라간 손에서 느끼는 고통으로 인해 하연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측은하기도 했고, 잘 시간이 이미 너무 많이 지난 아이에게 계속 벌을 주는 것이 바른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죄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얼마나 진노를 하지는지, 그리고 그 죄가 다른 사람과 하나님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그리고 궁극에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 해가 되는지를 확실하게 주지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내 딸이기에, 죄를 지극히 미워하시는 하나님을 알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의 신앙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더더욱 분명히 그의 뇌리에 그 사실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하연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났을 때에도 나는 그 옆에 앉아만 있었을 뿐, 손을 내리게 하지 않았다. 내 마음에도 고통이 있었지만, 그래서 그만 자게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힘들어 하는 하연이를 보면서 말했다.
"네가 아픈 만큼, 너로 인해서 아픔을 겪은 예연이를 생각해봐. 너의 말과 너의 미워하는 죄는 다른 사람과 하나님의 마음을 네가 느끼는 아픔보다 더 크게 아픔을 가져다 주는거야."
"예... 알겠어요.."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예.. 예연이 미워하고, 나쁜 말을 한 거요..."
"그게 하나님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도 알겠어?"
"예... 잘못했어요..."
그 대화가 있고난 후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하연이에게 손을 내리도록 하고, 씻고 나서 침대에 오르도록 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하연이 옆에 나도 누웠다. 그리고 물었다.
"아빠가 하연이를 미워하는 것 같아?"
"예..."
"그게 아니야... 아빠가 미워하는 것은 하연이가 아니라 하연이가 품는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과 그 나쁜 말이야.. 아빠는 한 번도 하연이를 미워한 적이 없어. 하연이는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거든... 그거 알아?"
"예... 알아요..."
"아빠가 왜 화가났는지 알겠어?"
"예... 알것 같아요.."
"아빠는 하연이가 공부도 열심히하고, 아빠도 잘 도와주고, 때로는 예연이에게 잘 대해주고 하는 여러가지 좋은 것들에 대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아빠의 딸로서 하연이를 사랑해. 그런데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고 아끼는 딸인 하연이 안에 그런 나쁜 마음이 있고, 그것으로 나쁜 말이 입으로 나오는 것을 볼 때, 아빠의 가슴이 너무 아픈거야. 너를 사랑하니까... 하나님도 마찬가지이지.. 아빠보다도 하연이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하연이 안에 죄가 있는 것을 보실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
"아빠는 하연이를 야단치는 지금도 하연이를 향한 사랑은 변함이 없어. 아빠는 하연이의 죄를 야단치는거야. 하연이가 그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동생을 사랑하게 된다면, 하나님도 그렇고 아빠도 너무 기쁠거야... 이해해?"
"예.. 미안해요, 아빠."
"그럼 이제 기도하자.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나쁜말을 한 것은 하나님께 죄를 지은거야. 그러니 하나님 잘못했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이제 그런 마음이 들지 않고 동생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자."
그리고 하연이와 나는 같이 기도를 했다. 간절히...
"I love you, 하연."
"I love you, daddy."
그리고 하연이는 곧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전날 밤에 심하게 야단 맞은 하연이...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밝은 모습으로 나에게 뽀뽀하고, 내 품에 안기는 하연이... 그리고 예연이에게 최선을 다해 좋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하연이를 보면서, 참 감사했다.
하연이가 하나님께서 그 영혼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것을 알고 감사하며, 동시에 죄에 대해서 진노하시는 그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그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죄에서 멀어지는 거룩한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해 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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