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택하신 자"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에게만 구원을 주시면, 구원을 못받는 것은 하나님 책임 아니냐는 것이다. 아무리 받고 싶어도 하나님께서 택하지 않으셨다면, 결코 받을 수 없는 것이니, 내가 지옥 간다면, 하나님 책임이라는 것, 그래서 하나님은 편협하고 괴팍한 노인네 같은 존재라고 조롱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결코 진실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많은 비유를 들어가면서 하나님을 위한 변론을 한다. 그 비유는 아주 많지만 몇 가지만 추려서 대충 내용을 말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의 은혜는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밥상과 같다. 하나님께서 정성을 들여 모든 음식을 다 해 놓으셨고, 인간인 우리는 떠 먹기만 하면 된다. (혹은 떡 먹여 주는 것까지 하나님께서 하시는데, 우리는 입만 벌려 먹기만 하면 된다.) 모든 것을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셨는고, 우리의 공로는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그냥 입을 벌려 먹기만 하면 되는데, 먹지 않는다면, 그래서 굶어 죽었다면, 누구탓이냐?
물에 빠져 거의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제는 죽을 힘을 다해 고개를 내밀었다가 가까이 다가온 구조대가 던진 밧줄이 손가락에 닿았다. 그것만 잡으면 살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그것을 잡지 않았다면 누구 책임이냐?
죽을 병에 걸려 침상에 누워있다.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 없지만, 그 병을 깨끗이 고칠 수 있는 약이 단 한 개가 있고, 그것이 바로 침대 옆에 누워 있다. 환자는 그 약을 얻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 그 병에 죽는다는 것을 들은 사람이 그 약을 구해서 가져다 주었다. 이제 그 약을 입에 넣어 주려고 할 때, 입을 벌리지 않아서 그 약을 못먹는다면 그것은 누구 잘못이냐?
대충 그런 설명이다. 하나님께서 구원을 위한 모든 것을 베푸셨고, 인간은 그것을 취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을 취하지 않는 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구원을 위한 모든 공로는 하나님께서 다 해 놓으셨지만, 인간이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탓이지 하나님의 탓이 아니다라는 매우 설득력 있는 비유이다.
이 비유들이 매우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많은 진리를 드러내 보여주는 비유이지만, 자칫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 비유대로 한다면, 진수성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입을 벌려 먹을 능력이 없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빠져 죽은 자라는 것, 죽을 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미 죽은 상태로 태어난다. 그리고 죽은 상태로 살아간다.
그는 완전히 죽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다 하더라도, 심지어 그것을 입에 떠 먹여서 입안 가득히 담아 준다 하더라도 그것을 맛보고 먹을 능력이 없는 죽은 자들이라는 것이다.
죽은 자들은 식욕이 없다. 그리고 삶에 욕구도 없다. 죽어가는 자는 아직 생명이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지만, 이미 죽은 자는 생명의 구원에 대한 소망이 없는 자들이다.
인간인 우리는 바로 그런 자들이라는 것. 그것이 좋은 의도로 만들어 낸 그 비유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노니 내가 전한 복음이 사람의 뜻을 따라 된 것이 아니라. 이는 내가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요 배운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말미암은 것이라."(갈 1:11-12)
복음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비롯될 수도 없다. 이미 죽은 자들에 생명으로 인도하는 길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하셔야 했고, 그래서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그 길을 만드셔야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미 죽은 자들, 바로 앞에 밥상을 차려줘도 전혀 알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자들에게 생명을 주셨다. 그들이 죽어 있을 때 이미 십자가로 생명의 길을 내 주시고, 죽어 있는 영혼에 감각을 주셔서 생명의 맛볼 수 있게 하셨고 온전히 생명 가운데 거하게 하셨다.
그것이 그분의 은혜다. 당신의 택하신 자들... 죽어 있지만, 그 기쁘신 뜻을 따라 살리기를 원하신 자들에게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는 놀라운 일을 행하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100% 하나님 당신 혼자서 처리하셨고, 우리는 그저 옮김을 받은, 다시 말해 눈떠보니 살아 있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것이 복음이고 그것이 은혜고 그것이 생명이다. 이 구원의 과정에서 구원받은 자가 스스로를 자랑할 것이 조금도 없음은 분명하다.
구원받지 못한 자의 구원받지 못함에 대한 책임은 밥을 못떠먹거나 밧줄을 안 잡거나, 입을 벌리지 않고 약을 안 먹거나 하는 데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의 책임은 이미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죄를 지은 책임에서 물어야 한다. 죄의 삯은 사망이다. 죄를 지은 자는 모두 죽음의 형벌을 받는 것이 하나님 나라에서의 법이다. 그 법에 따라서 죄를 지은 모든 자들은 매우 정당하게 법에 따라 죽음의 형벌을 받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자신이 죽어 있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따져야 할 뿐, 죽어있는 자신을 구원하지 않은 하나님께 그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죄로 인해 죽는다. 선하신 하나님께서는 내가 죄를 짓는 데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책임은 전적으로 죄를 지은 자신에게 있다. 입이 백 개, 아니 천 개라도 하나님 앞에서 할 말이 없는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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