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저녁에 집에 오니 잠에 든 예연이가 아빠에게 편지를 남겼다.
내용은 너무 단순한데, 예연이 스러운 그 표현과 장식, 그리고 예연이와 내가 알 수 있는 "I found this"라는 말이 참 정감이 있었다. 예연이가 발견한 것은 얼마 전에 예연이의 스쿠터에서 빠져서 분실된 부품의 일부였다. 예연이와 나 사이에 같이 공유하는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전의 스토리는 모두 생략된 채 "I found this"라는 짧은 말 한 마디에 그 위에 그 부품을 올려 놓은 것이다. 편지를 읽으며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았다. 예연이와 내가 공유하는 삶의 한 스토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예연이는 짧게 자신의 필요를 말한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단 명료하지만, 거기에는 아빠에 대한 큰 신뢰가 담겨 있다. 그것은 아빠에게 말하면 들어 줄 것이라는 것. 긴 편지로 나를 설득하지 않아도, 그 책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음을 호소하지 않아도, 자신의 필요를 아빠가 판단하고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거기에 담겨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생각해 본다. 너무 많은 군더더기들... 화려한 수사들... 그리고 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시는 하나님을 대하는 듯한 기도의 태도... 그 모든 것은 불필요한 것인데... 그저 아빠 되시는 하나님과 삶을 공유함으로, "I found this"라고 짧게 말씀드려도 아빠이신 하나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 맥락을 이해하시는 삶... 그분과 늘 동행하며 함께하는 삶이 없다면 그런 기도가 불가능한 것인데... 그리고 그분께 나의 필요를 말씀드리는 기도...
"Child Is the Father of Man"이라고 영국 낭만주의의 태두였던 William Wordsworth가 말했다. 오늘 그것이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절실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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