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마지막 주일 아침의 경험.
밤새 눈이 내린 길... 온 가족을 차에 태우고 교회로 가야하는 나는 난감했다. 큰 길은 제설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져서 문제가 없었지만, 언덕인 우리 아파트에서 고속도로까지 진입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아이들을 태우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서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큰길로 나가니, 아니나 다를까 난리가 아니었다. 눈이 녹다 말고 얼어버린 도로 위에서 거의 모든 차들이 헛바퀴가 돌면서 헤매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정체는 극히 심했다.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얼어버린 도로는 참으로 난코스 중 난코스였다.
빙판길이나 눈길을 달릴 때면 2단기어로 출발해야하고, 엑셀에 발을 살짝 얹는 듯한 기분으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아수라장에서도 내 차는 조금씩 전진했고, 다행히도 내 앞만은 어느 정도 길이 트였었다. 그런데 그 아수라장의 거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내 앞에 차가 한 대 갑자기 끼어들어 앞서서 가더니, 대책없이 옆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위기의 순간...
미끄러운 도로에서 한 번 멈추면 그 다음에 출발하기가 쉽지 않은데, 결국 멈추고 말았고, 앞 차가 헤매는 가운데 옆으로(앞으로가 아니라) 미끄러져 가는 바람에 내 앞은 뻥 뚤렸다. 이 때 즈음에는 거의 모든 내 옆이나 뒤에서 헛바퀴를 돌며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 내가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매우 느리지만,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 가장 많이 얼어 있고, 매우 힘들다고 시작하는 부분에서 내 차도 그만 약간의 헛바퀴를 돌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여기서 끝인가? 예배에 가야하는데...'라고 절망하고 있던 순간, 바로 뒤를 따라오던 사륜구동차가 멈추더니 운전하시던 아저씨가 내리셨다. 짜증낼 만한 상황인데도, 웃음을 띈 얼굴로 뒤에서 내게 손짓으로 밀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그는 밀기 시작했고, 그의 도움으로 탄력을 받은 나는 2단으로 언덕 꼭대기까지 무사히 올라갔고, 그 후로 교회에 잘 도착해 예배드릴 수 있었다.
모두가 자기의 문제로 힘들어하며 짜증을 내고 있던 그 때, 헤매기 시작하는 남의 차를 밀어줄 여유를 가진 그 분이 참 고마왔다. 그리고 그분이 오래 밀어 준 것도 아니고, 잠깐 힘을 실어 줬는데도, 그 힘을 받아 200미터 정도의 언덕을 부드럽게 올라가는 내 차를 보면서 누군가 넘어졌을 때, 절망했을 때, 기력을 잃었을 때, 손을 내밀어 약간의 힘을 보태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012년의 마지막 주일 아침... 위험하고 힘들었지만, 참으로 감사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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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5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