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눈물과 함께...
아내와 아이들은 영화에 대해 상당히 호평을 하면서도 나름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 모두가 이 영화의 가장 주된 메시지들 중 하나가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 그리고 지난 두 정권을 지나면서 완전히 무너져서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받아 마땅한 현재의 언론에 대해서 따끔하게 일침을 던지는 영화라는 것은 모두 동의했지만, 영화가 광주에서의 민주화운동 자체에 좀 더 집중해서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란다. 그리고 아내는 거기에 더해 유해진이 연기한 광주의 택시운전사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해서 옥의 티처럼 느껴졌단다.
나름 이해할 만한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으로서 어리지만 그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나에게 이 영화는 외부인인 서울 택시운전사와 외신기자가 왜곡되어 알려진 광주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진 것과 동시에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이 외부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은 함께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이 쿠데타에 이은 정권 찬탈을 기도하는 전두환 일파에 대한 분노와 맞먹는 정도로 언론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유해진의 집에서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엄청난 분노를 표출한 그 장면에서 잘 드러나듯, 왜 이 참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왜곡되어 거짓말을 일삼는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고, 분노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그 부분, 광주의 비극의 중요한 한 축을 영화에 잘 담아 내었다. 그것은 민주화운동 그 자체와 그것을 억압하기 위해 자행된 악랄한 정부와 군의 만행 못지 않게 중요한데, 그것을 잘 포착한 것이다.
또 하나, 유해진을 대표로 보여지는 당시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공감한 인물이 유해진이었다. 바로 그 모습, 그의 말, 그의 행동, 그것이 내가 봤던 우리 부모님,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형들과 누나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바로 유해진이 광주민주화운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인물로 보였다.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를 따뜻하게 환대하는 그 모습, 그리고 그가 (뜻하지 않게) 데리고 온 외신기자을 대하며 그에게 거는 기대, 서울택시가 고장나자 자신의 택시에서 부품을 가져가라는 광주 택시 운전기사들의 선심, 그리고 불의를 보면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나선 그 모습...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 뿐만 아니라 트럭운전기사들, 그리고 차량을 가진 사람들 중 아주 많은 분들이 비극의 한 현장에서 중심역할을 했다는 것은 내가 본 바이고 들은 바이고 아는 바이다. 그리고 운전기사들 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와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주먹밥을 싸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던 것. 혼란 가운데서도 평화롭고, 치안이 잘 유지되고 도둑과 강도가 없었던 것은 바로 유해진으로 대표되는 광주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에 대해서 지금 다시 깊이 생각해 봐야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도 그와 같은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하며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것만이 자신들이 살 길임을 각인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혹시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