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관람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KBS와 MBC 두 공영방송과 YTN을 작정하고 망가뜨리며 길들임으로써 정권의 나팔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만든 과정과 그로인해 말못할 고통을 당한 기자 피디 등을 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의, 악이 날뛰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 선 이제 그 악을, 그 불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은 역사의 사명이다. 물론 그간 언론길들이기의 결과로 많은 혜택을 받아왔던 일부 정치세력들은 그것을 언론장악이라 규정하고 발악을 하며 반대를 하겠지만... 그들의 발악이 적폐를 청산하여 민족과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역사적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싯점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공범자들"에서 언론장악이 노골화 되면서 수없이 많은 기자 피디들이 고통을 당하며 쫓겨나는 가운데 언론이 제기능을 못하고 무너질 바로 그 때, 나는 누군가로부터 충격적인,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2000년대 중반쯤 (2004년에서 2007년 사이로 짐작되는데)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내가 속해 있던 교회에서는 사경회 주 강사로 선한목자교회의 유기성 목사를 초청했었다. 그리고 그분을 대접하기 위해서 교회의 리더들이 그분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그분은 당시 언론이 좌파에 의해 장악되었기 때문에 좌파세력을 몰아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동조 및 지지하는 발언을 했었다. 그 발언은 내가 직접 들어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틀림이 없다.
나는 아직도 그분이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심히 궁금하다. 불법과 악이 자행되었던 그 작태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불의에 동조했던 그 견해가 아직도 동일한지...
예.나.왕. 유기성 목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하나의 운동이다. 예수님을 나의 왕으로 모시는 삶을 지향하는,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매우 긍정적인 운동이라고 하겠다. 기독교의 본질이며, 나 또한 내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한 왕으로 모시고 있는지 돌아보며 회개하고 돌이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예수는 누구일까? 어두움의 한 가운데서 불법과 악행이 자행되고 있는 그 현장에 눈 감고, 악의 세력과 동조하는 분일까? 세월호 사건으로 꽃같은 생명들이 스러져 갈 때 안타깝다는 말 한 마디 외에는 신앙 안에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사회와 정권에 서슬퍼런 비판 한 마디도 하지 못한 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는 자의 바른 태도일까?
예.나.왕 운동의 맹점은 그들이 왕으로 모신 "예수"가 그들이 만들어 낸 하나의 우상일 수 있다는 것, 그 "예수"가 성경의 일부에 드러난 반쪽짜리 예수일 뿐, 성경이 온전히 드러내기를 원하는 그런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지극히 바르게 살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나.왕 운동의 핵심은 "왕"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 그분을 진정 왕으로 모시고 있는가를 매일 성찰하는 것. 하지만 "왕" 이전에 "예수"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분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적어도 내가 보기에 유기성 목사의 신앙 노선은 정치적으로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종교적으로는 개인주의적인, 다시 말해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탄압을 피하기 위하여 천국, 영성, 개인신앙 위주로 돌아서버렸던 한국 교회의 비겁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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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지난 토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눈물과 함께...
아내와 아이들은 영화에 대해 상당히 호평을 하면서도 나름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 모두가 이 영화의 가장 주된 메시지들 중 하나가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 그리고 지난 두 정권을 지나면서 완전히 무너져서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받아 마땅한 현재의 언론에 대해서 따끔하게 일침을 던지는 영화라는 것은 모두 동의했지만, 영화가 광주에서의 민주화운동 자체에 좀 더 집중해서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란다. 그리고 아내는 거기에 더해 유해진이 연기한 광주의 택시운전사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해서 옥의 티처럼 느껴졌단다.
나름 이해할 만한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으로서 어리지만 그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나에게 이 영화는 외부인인 서울 택시운전사와 외신기자가 왜곡되어 알려진 광주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진 것과 동시에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이 외부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은 함께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이 쿠데타에 이은 정권 찬탈을 기도하는 전두환 일파에 대한 분노와 맞먹는 정도로 언론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유해진의 집에서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엄청난 분노를 표출한 그 장면에서 잘 드러나듯, 왜 이 참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왜곡되어 거짓말을 일삼는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고, 분노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그 부분, 광주의 비극의 중요한 한 축을 영화에 잘 담아 내었다. 그것은 민주화운동 그 자체와 그것을 억압하기 위해 자행된 악랄한 정부와 군의 만행 못지 않게 중요한데, 그것을 잘 포착한 것이다.
또 하나, 유해진을 대표로 보여지는 당시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공감한 인물이 유해진이었다. 바로 그 모습, 그의 말, 그의 행동, 그것이 내가 봤던 우리 부모님,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형들과 누나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바로 유해진이 광주민주화운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인물로 보였다.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를 따뜻하게 환대하는 그 모습, 그리고 그가 (뜻하지 않게) 데리고 온 외신기자을 대하며 그에게 거는 기대, 서울택시가 고장나자 자신의 택시에서 부품을 가져가라는 광주 택시 운전기사들의 선심, 그리고 불의를 보면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나선 그 모습...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 뿐만 아니라 트럭운전기사들, 그리고 차량을 가진 사람들 중 아주 많은 분들이 비극의 한 현장에서 중심역할을 했다는 것은 내가 본 바이고 들은 바이고 아는 바이다. 그리고 운전기사들 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와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주먹밥을 싸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던 것. 혼란 가운데서도 평화롭고, 치안이 잘 유지되고 도둑과 강도가 없었던 것은 바로 유해진으로 대표되는 광주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에 대해서 지금 다시 깊이 생각해 봐야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도 그와 같은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하며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것만이 자신들이 살 길임을 각인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혹시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영화에 대해 상당히 호평을 하면서도 나름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 모두가 이 영화의 가장 주된 메시지들 중 하나가 언론의 역할이라는 것, 그리고 지난 두 정권을 지나면서 완전히 무너져서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받아 마땅한 현재의 언론에 대해서 따끔하게 일침을 던지는 영화라는 것은 모두 동의했지만, 영화가 광주에서의 민주화운동 자체에 좀 더 집중해서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란다. 그리고 아내는 거기에 더해 유해진이 연기한 광주의 택시운전사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해서 옥의 티처럼 느껴졌단다.
나름 이해할 만한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으로서 어리지만 그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나에게 이 영화는 외부인인 서울 택시운전사와 외신기자가 왜곡되어 알려진 광주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진 것과 동시에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이 외부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은 함께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이 쿠데타에 이은 정권 찬탈을 기도하는 전두환 일파에 대한 분노와 맞먹는 정도로 언론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유해진의 집에서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엄청난 분노를 표출한 그 장면에서 잘 드러나듯, 왜 이 참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오히려 왜곡되어 거짓말을 일삼는지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고, 분노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그 부분, 광주의 비극의 중요한 한 축을 영화에 잘 담아 내었다. 그것은 민주화운동 그 자체와 그것을 억압하기 위해 자행된 악랄한 정부와 군의 만행 못지 않게 중요한데, 그것을 잘 포착한 것이다.
또 하나, 유해진을 대표로 보여지는 당시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공감한 인물이 유해진이었다. 바로 그 모습, 그의 말, 그의 행동, 그것이 내가 봤던 우리 부모님,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형들과 누나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바로 유해진이 광주민주화운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인물로 보였다.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를 따뜻하게 환대하는 그 모습, 그리고 그가 (뜻하지 않게) 데리고 온 외신기자을 대하며 그에게 거는 기대, 서울택시가 고장나자 자신의 택시에서 부품을 가져가라는 광주 택시 운전기사들의 선심, 그리고 불의를 보면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나선 그 모습...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 뿐만 아니라 트럭운전기사들, 그리고 차량을 가진 사람들 중 아주 많은 분들이 비극의 한 현장에서 중심역할을 했다는 것은 내가 본 바이고 들은 바이고 아는 바이다. 그리고 운전기사들 뿐만 아니라 내 어머니와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주먹밥을 싸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던 것. 혼란 가운데서도 평화롭고, 치안이 잘 유지되고 도둑과 강도가 없었던 것은 바로 유해진으로 대표되는 광주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에 대해서 지금 다시 깊이 생각해 봐야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도 그와 같은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권력을 가진 자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하며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것만이 자신들이 살 길임을 각인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혹시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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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