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대로 되리라"

"그러므로 사탄의 일꾼들도 자기를 의의 일꾼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니니라. 그들의 마지막은 그 행위대로 되리라."(고후 11:15)

고린도교회에서 바울과 그가 전하는 복음을 대적하는 자들에 대해서 바울은 엄중하게 경고한다. 그들은 복음을 훼방하는 사탄의 일꾼들이며,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열매, 즉 삶(행위)으로 그들 자신들을 입증할 것이고, 그것으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이다.

내 스스로는 적어도 복음을 훼방하는 쪽에 선 사탄의 일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말씀은 오늘 아침 내 마음을 찌른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글쓰고 말하는 것으로 판단받는 것이 아니라 내 행위, 내 삶으로 주님 앞에서 판단 받을 것을 분명히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이 많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글로, 혹은 말로 자주 표현한다. 이런 것들은 나로 하여금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고 글과 말로 표현하는 작업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즉, 내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말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 글을 읽거나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을 착각하게 할 뿐 아니라, 더 심각하게도 내 자신을 착각하게 한다. 그 결과 행위(열매, 삶)는 거의 없는데도, 내가 그런대로 쓸만한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는 가운데, 자기의를 높이 쌓아간다. 그 가운데 내 속사람은 후패해가고, 하나님 앞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나는 행함에서 지극히 볼품없는 한심한 사람이다. 수 많은 생각과 진리들이 내 머릿속에 머물고, 내 손끝에 머물러 있을 뿐, 행위로 옮겨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말 그대로 외화내빈인 것이다. 사람들은 속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내 스스로가 내 자신을 속일 수는 있지만, 하나님은 속이지 못한다. 하나님께서는 겉모습을 보시거나, 내 말을 보시는 분이 아니라, 내 중심을 보시며, 그 중심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내 행위와 삶을 보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시각에서 볼 때 나는 빈약한 열매를 가진 나무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참으로 한심하고 더러운 죄인, 그것도 극악무도한 죄인일 뿐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그 하나를 보시고, 나를 붙드시는 그 하나님의 이해할 수 없이 놀라운 은혜로 인해서 내가 구원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일은 없겠지만, 하나님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이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개선시킬 능력이 내게 전혀 없음을 보고 탄식한다.

오직 주의 긍휼만을 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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