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전에는 하나님을 잘 구슬러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받아내고, 그것이 가뭄에 콩 나듯이 겨우 성공했을 때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게 기도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기도는 주로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시고 나는 듣는 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기도다. 그것은 하나님이 이끄시는 한판 춤이다.
나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정말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참 좋아하신다는 걸 깨닫는다.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에게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마련하신 잔치에 나타나면 하나님은 너무나 좋아하신다. 내 속 저 깊은 곳에서는 가끔 딴 세상의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그 리듬은 내 안에 살아 있는 것한 것들을 남들에게 풀어 낸다. 정말 짜릿하다.
생애 처음으로 나는 기도를 좋아하게 되었다.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이제 관계형 기도, 즉 내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이 나를 아는 그런 기도야말로 간청형 기도(내가 원하는 것을 구하는 기도)와 감사 기도(내가 받은 모든 복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를 할 수 있는 참된 열정의 근원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나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 원하신다. 나를 아시는 그분께서, 그분을 나에게 알리시고, 서로 "친한" 관계가 되기를 원하신다. 그분의 종이면서도 동역자이고, 자녀이면서도 왕되신 그분의 신하이며, 친구이면서도 피조물의 겸손을 유지하는 가운데, 더 친밀하고 가깝운 하나되는 관계를 원하신다.
하지만 내가 그분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관계에 중점이 되어 있지 않고, 많은 경우 균형을 잃고 있다. 그분에게 이것저것 해 달라는 목록을 가지고 가서 그분에게 간구한다(많은 경우 왕되신 하나님께 협박성 부탁을 드리거나, 심지어 겸손과 공손을 가장한 명령을 내릴 때도 있다.). 그분이 내가 원하시는 대로 해 주시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평과 원망이 가득하다. 그 모든 모습을 종합해 볼 때, 내가 하나님께 다가가는 것은 그분에게서 뭔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좀 심한 말로 하면 그분의 전능하심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런 내 모습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하나님 편에서 보시기에 가슴을 아프게하는 것인지, 하나님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인간 관계에서 가장 혐오하는 경우는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다가올 때이다. 나로부터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나의 인격과 나라는 사람에는 상관 없이 나에게 다가오며 친한 척하는 것. 속으로는 내가 혐오스러우면서도, 나와 같이 있고싶지 않으면서도, 나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그것을 바라며 친한 척 하는 것... 그런 관계를 지극히 혐오한다. 나에게서 원하던 것을 얻어낸 순간, 그 관계는 의미가 없어지고, 나로부터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내 신앙생활이 그런 모습이 아닌가? 하나님께 뭔가 얻어낼 필요가 있을 때는, 기도며, 묵상이며, 찬양이며,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모든 것을 하면서도, 일단 내 필요가 모두 채워졌다고 생각하면, 그분을 잊어버리고 마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분께 등을 돌리고 마는 그런 신앙... 그런 모습이 아닌가?
사실상 내가 그분을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이유가, 하나님 외에는 절대로 채울 수 없는 내 안의 빈 곳 때문인데... 세상에 그 어떤 것으로도,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능력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내 존재의 본성 가운데 그것들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그 것을 하나님만이 채우실 수 있고, 하나님과의 깊고 끊임없는 교제로만 채워질 수 있는 영적 궁핍함을 보지 못하고, 그저 세상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평안, 기쁨, 감사, 물질적인 풍요, 정신적 안정, 종교적 채워짐 등등--을 채우고는 하나님으로부터 돌아서고 마는 그런 수준의 신앙이 바로 내 신앙이 아닌지 오늘 아침에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오늘 아침에 하나님께 드린 기도 내용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는지... 하나님 당신을 구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사역들, 내 필요들에 집중된 그 기도가 내 신앙의 현주소를 나타내 준다.

내 기도의 대부분이 하나님 당신 자신을 구하고, 하나님 당신 자신을 누리고, 함께하는 것들로 채워지는 그날을 꿈꾼다. 그분과 너무 친하기 때문에 그분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기도의 시간을 꿈꾼다. 위에서 인용한 글대로 하나님과 "한 판의 춤"을 추는 기쁨의 시간, 그분 안에 거하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직은 멀었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그 길로 인도하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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