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13

(2006.01.05에 쓴 글)

나영이와 지인이는 하연이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나영이는 Pre-K 때 같은 반이었고, 지인이는 지금 같은 반이다. 그 애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하연이는 학교갔다 오면 동네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 그룹에는 거의 항상 나영이와 지인이가 함께한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 갔다온 하연이는 나영, 지인이와 함께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았다. 약간 어두워 질 때까지.. 집에 있던 나는 하연이가 너무 늦게 오는 것같아서 하연이를 찾아 나섰다. 놀이터에도 가보고 아파트의 여기저기를 다녀도 찾지 못하자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하연이를 발견했다. 하연이는 애들과 노는 것을 마치고 집으로 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마침 아내와 예연이는 장보러 나가고 없었다..) 울먹거리면서 다시 친구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울먹거리는 하연이를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가 업어줄까?"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애들은 아빠가 업어주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하연이를 업고 바깥을 잠시 걸었다. 하늘에는 초생달이 떠 있었고, 밝은 별 하나를 볼 수 있었다. 하연이와 함께 달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에 하연이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한참 후...

하연이가 잠을 자기 위해 잠자리에 누웠다. 하연이를 재우기 위해 하연이 옆에 내가 누웠다.

"하연이 오늘 재미 있었어?'
"예.. 근데.."
"근데?"
"나영이랑 지인이가 오늘 아침에 스쿨버스에서 나를 놀렸어요..."
"뭐?"

이야기인즉슨 가장 친한 친구인 두 아이들이 하연이의 어떤 점을 못마땅해 하면서 둘이서 낄낄거리면서 하연이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한 모양이다.

"그래서 울었어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울었어?"
"예.. 그랬더니 지인이는 미안하다고 했는데, 나영이는 계속 계속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안했어요.."
"그래?"
"나영이랑 지인이가 미워요.."
"그래? 용서해주면 좋겠는데.."
"싫어요.. 지인이는 하연이에게 안좋은 말을 자주해요.. 나랑 안논다고 하고 나 빼고 나영이하고만 놀 때도 있었어요.. 지인이가 미워요.."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주고 받는 상처가 있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마음 아파하는 하연이를 대하면서 정말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해줘야 하나...

"하연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정말 사랑하시고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좋아하셔...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을 비웃고, 하나님과 놀기 싫어하고 하나님을 무시하지... 하나님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지 알겠어?"
"예.. 알겠어요.."
"그것을 죄라고 하는거야..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 우리가 잘못 했기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를 벌하실 수 있지.. 그런데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 예수님을 보내주셨고, 우리가 하나님에게 야단 맞아야할 걸 예수님이 대신 야단 맞으셨지.."
"예.. 그래요.."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벌하시지 않으시고 예수님을 벌하신거야.. 예수님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에게 용서를 받게 되었지..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무시하고 잘못했는데도 우리를 용서해 주셨어.. 감사하지?"
"예.. 정말 감사해요.."
"하나님이 우리가 잘못해도 용서하신 것처럼 하연이도 하연이 친구들이 잘못한 것을 용서할 수 있을까?"
"못해요.. 못하겠어요.."
"용서는 정말 힘들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남을 미워하면 미워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져..."
"왜요?"
"그것은 미워하는 마음이 미워하는 사람을 더 상하게 하기 때문이지.."
"그래요?"
"그럼... 하연이는 어때? 친구들을 용서할 수 있어? "
"모르겠어요.."
"그럼 용서하는 마음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자.."

하연이와 함께 기도했다. 친구들이 하연이를 놀리지 않도록.. 그리고 하연이가 친구들을 용서할 수 있도록..
기도가 끝나고 같이 누워 있었다.

"I love you, dad."
"I love you, too."
"Thank you..."

짧은 대화를 끝으로 하연이는 꿈나라로 향했다.
하나님께서 하연이의 삶 가운데 함께하셔서 그가 앞으로 받을 수 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밝고 맑고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해 나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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