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위치 에너지

지난 8일 오전 11시 인도네시아 남슬라웨시(South Sulawesi) 상공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당시 폭발음은 1만 6천km 밖에서도 측정되었으며 하늘에는 흰색연기도 관측돼 지진이라고 생각한 주민들은 대피를 하는등 공황상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 항공 우주국(NASA)은 그것이 ‘소행성 충돌’이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NASA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번 소행성은 지름 10m로 시속 4만 5천 마일로 지구 대기권과 충돌했다. 이번 소행성 충돌의 위력은 TNT 5만t의 폭발력과 상응하며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3배 정도 규모다. 그러나 이번 소행성은 다행히 그 크기가 작아서 공중 15km 내지 20km에서 폭발했다. 일부에서는 크기가 25m 가량만 되었어도 지구 표면과 충돌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소행성이 이토록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의 강도나 크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그 행성이 지구와 부딪히는 속도와 그것이 가지는 위치에너지 때문에 그런 파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리시간에 배운 공식에 의하면 위치에너지 P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P=mgh (m: 질량, g: 중력상수, h: 높이) 즉, 공중에 떠 있는 한 물체가 가지는 위치에너지(충돌시의 파괴력)은 그 물체가 무거울수록, 그리고 높을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질량이 작더라도 높이가 높으면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고, 높지 않더라도 질량이 크다면, 마찬가지로 힘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큰 위치에너지, 가장 큰 파괴력을 가졌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자리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5-8)

여기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질량과 위로부터의 이동거리, 즉 높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인간의 몸으로 오셨지만, 그분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본체" 즉 하나님이시다. 그 존재의 무게가 피조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무거우신 분이시다. 이 온 우주는 그 말씀 한 마디에 사라지게도 하실 수 있고, 존재하게도 하실 수 있는 엄청난 분이시다. 그의 존재감, 예수의 존재의 무게는 무한대의 값을 가진다.

그분이 이동하셨던 거리는 "하나님과 동등됨" 즉 하늘 보좌에서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신" 그 자리까지 낮아지셨을 뿐 아니라, 인간들 가운데서도 가장 낮고 천한 저주받은 자리인 "십자가에 죽으시는" 자리, 철저히 자신을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그 자리까지 내려 오셨다. 그 거리 또한 무한대이다.

하늘 보좌에 앉으신 성자 하나님께서 십자가의 자리까지 내려 오셨을 때, 그 위치 에너지, 즉 그 파괴력은 얼마였을까? 그 값은 무한대이다. 엄청난 파괴력이다. 그 파괴력은 태초에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범죄로 인해서 세상 그 어느 것도 끊을 수 없는 죄의 강력한 사슬에 매여 종노릇하던 인간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괴력으로도 끄떡도 하지 않았던 인간의 죄의 견고한 성벽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한,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고후 10:4)이 되시는 것이다.
"그의 힘의 강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떤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 1:19)

십자가의 자리는 그렇게 엄청난 파괴력으로 죄악된 내 자신을 무너뜨리는 자리이다. 그 앞에 선 인간은 그 어느 누구든지 그 앞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으며, 하나님의 엄청난 힘(사랑) 앞에 압도 당한다. 그분의 능력으로 죄의 종노릇 하던 그 마귀의 결박이 끊어지고, 죄악된 자아가 무너진 그 자리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자리잡게 된다. 그 엄청난 파괴력을 경험한 자만이 죄악의 자리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거룩을 향한 열망을 가지는 삶을 살 수가 있다.

그것이 믿음의 역사다. 믿는 사람은 그 어느 누구든지 부인할 수 없는, 그리고 믿는 자들은 반드시 경험하는 성령의 건설적 파괴의 체험이다. 그것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는 고통스럽지만 감격스러운 구원의 체험인 것이다. 지름 10m의 작은 소행성의 폭발만으로도 1만 6천km 밖에서도 그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파괴적 위치 에너지를 경험한 자는 자신 뿐만 아니라 그 주변, 그리고 그를 희미하게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느껴질 만큼의 분명한 변화를 나타내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믿음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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