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부여행을 요약하자면, 어려움(고생), 극기훈련, 만남 이 세 단어에 모두 집약된다. 계속해서 터지는 일련의 문제들... 그리고 헝그리 여행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발바닥에 불이나도록 걸어다니면서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일정, 그리고 진흙속의 보석과 같은 그 어려움 가운데서 있었던 믿음의 지체들과의 만남 그리고 교제...
오늘은 그 중 여행중에 겪었던 어려움들에 대해서 일부 나누고자 한다.
13일 여행 첫날... 주일 예배를 마치고, 목장 식구 중 한 분에게 부탁해서 공항으로 향했다. 3시 50분 출발 예정인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적어도 한 시간 반 전에는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예배가 끝나고 나서 밥을 급히 먹고 집에 들러 짐을 싣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작별인사를 나눈 후, 표를 끊고 들어간 Security Check... 모두 8개가 넘는 가방들 중에서 한 개가 보안 검색에 걸렸다.(이후로도 보안 검색에 안 걸리고 통과해 본 적이 없었다...-_-;;;;) 거기서 반찬으로 들고간 팩을 빼앗기고 검색을 무사히 통과했다. 빼앗긴 반찬 생각에 분하긴 했지만 여행을 시작한다는 들뜬 마음으로 게이트로 가서 기분 좋게 기다렸다. 하지지만 3시 50분에 출발한다던 비행기는 한번 연기 되었고, 또 연기되어 8시 정도에 그 비행기를 운항할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원래 댈러스에서 필라델피아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기로 했기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어서, 항공사 고객센터에 여러번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아보다가 결국에는 댈러스에서 하루 자고 그 다음날 6시 조금 넘어서 출발하는 첫 비행기로 필라델피아로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문제는 숙소문제였는데, 게이트의 항공사 직원은 날씨 문제로 운항에 차질이 생겼다고 알렸지만, 전화로 확인해 본 결과 날씨가 아니라 정비 문제라고 말해 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숙소와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많이 늦게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댈러스로 향했다. 오랫만에 타본 비행기라서 그간 바뀐 분위기를 잘 몰랐었는데, 최근 바뀐 baggage 유료화 정책으로 인해, 비행기 안 짐 넣는 칸이 전에 비해서 훨씬 복잡했다. 원래 우리 가족 위의 짐칸이 비어 있어야 마땅한데, 이미 다 차 있었고, 비행기 앞좌석에만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아직도 타야할 승객들은 많은데... 어쨋든 짐을 그냥 들고 있을 수 없어서 비즈니스석 위의 짐칸에 가방 하나를 올려 두었다. 그게 문제였다. 내릴 때 보니, 그 자리에 가방이 있긴 한데, 색과 모양이 비슷할 뿐, 다른 사람 것이었다. 그 가방의 원래 주인이 자기 것인줄 알고 우리 가방을 그냥 들고 내린 것이었다. 그 짐에 아무런 표기도 없고, 우리 짐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고 있을 때, 마침 같은 비행기를 탔던 교회의 한 형제 한분이 발벗고 나서서 도와 주셨다. 나는 일단 그 가방 주인이 baggage claim에 나가 있을지 모르니 그곳에 가서 그 사람을 찾고, 그 동안에 그분은 항공사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공항 전체에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그분도 LA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해서 시간이 없었지만, 비행기를 놓칠 위험을 무릎쓰고 자신의 일처럼 적극적으로 도와 주셨다. 얼마나 감사한지...
baggage claim에서 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했지만, 내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은 거기에 없었다. 그래서 가족들이 있는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니, 이미 체크아웃 했기 때문에 들어갈 방법이 없다면서 guard가 나를 가로 막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있는 사이에 그 형제는 공항과 항공사 관계자들과 때로는 전화로 때로는 직접 만나서 재촉하면서 동분서주 하였다. (만약 하연엄마만 있었더라면 어땠을지... 휴...) 마침내 가방을 가져간 사람이 나타났고, 나와 만나서 가방을 교환할 수 있었다.
한 바탕 야단법석을 떤 후에, 우리는 겨우 공항을 빠져 나왔고, 8개가 넘는 짐들을 들고 먼길을 걸어 가서 찾은 정류장에서 호텔셔틀을 타고 숙소에 들어갔다.
공항 바깥은 이미 늦은 밤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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