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존재의 밑바닥을 확인해야 한다?" (1)

"거듭나기 위해 자기 존재의 밑바닥을 확인해야 한다."

일면 맞는 말이지만, 일면 완전히 틀린 말이다.

거듭난 사람은 하나님에 대한 자각이 생긴 사람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도 동시에 생긴 사람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거듭나기 전에는 그래도 나는 쓸만 한 사람. 의인이라고 자청하기는 쑥스럽지만, 악인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고, 나쁜 짓을 했지만, 그래도 착한일을 더 많이한,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리 나쁜일을 많이 하지 않은 그런 대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면, 그런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지, 사도 바울의 표현에 의하면 "죄인 중에 내가 괴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존재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그 전에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반드시 그런 순서대로 되는 것일까?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개인적인 회심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내 경우에는 거듭나기 전에 분명히 내 존재의 타락성과 부패성을 철저하게 자각했다. 내 죄성이 얼마나 뿌리깊은지,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죄인인지를 분명히 알았고, 그것을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깊은 절망도 맛 보았다. 그런 나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진정으로 구원이었고, 인간을 죄인으로 정죄하는 성경은 분명히 진리였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이 모든 사람의 구원 경험에서 발견되는 것인가? 반드시 그런 프로세스를 거쳐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절대 아니다. 만약 그런 식으로 구원 프로세스를 공식화 한다면, 그것은 진리를 왜곡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죄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각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이해하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자기 존재의 밑바닥"을 경험해야만 복음을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밑바닥은 복음을 영접한 후 하나님을 더 깊이 경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일 가능성이 더 높다. 거룩하신 하나님, 흠이 없으신 그분을 알면 알수록,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이 얼마나 더러운지, 그 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정도로 더럽고 벌레만도 못한 죄인임을 깨달아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 그런 바닥 확인은 하나님을 만나고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가운데 깊은 교제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내 경우처럼 특별하게 역사하지 않으신다면, 그런 바닥확인은 당연히 거듭난 이후에 있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밑바닥 확인을 거듭남의 필수 요건인 것처럼 가르치는 것은 성경의 진리를 호도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나라는 인간이 특별히 교만하고, 자기 의에 가득차는 성향이 매우 강한 자이고, 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교만한 자이기 때문에,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하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특별히 나를 낮추시고, 가망성 없는 내 모습을 직시하게 하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찾지 않으면 안되도록 인도하신 것이다. 그것은 나를 창조하신 창조주로서 그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나를 구원하시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부인이신 루스 그래함은 교회에서 태어나서 교회에서 자랐다. 그분은 자신의 죄성에 절망해서 자신의 존재의 밑바닥을 확인한 극적인 경험이 없었다. 그분은 자신이 언제 영접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어느 순간은 물론이고 대충 어느 나이 정도에 영접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분은 분명 거듭난 자였고, 하나님의 자녀였다. 극적으로 회심을 경험했던 빌리 그래함 목사님은 루스 그래함을 절대로 거듭나지 않은 자라고 정죄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 믿음 안에 있는 자로서 평생을 같이 동역했고, 많은 열매를 맺고 크게 쓰임을 받았다. 루스 그래함이 태어나면서부터 믿음을 가졌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인생의 어느 시점에 분명히 구원 받은 시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구원 경험, 혹은 회심 경험은 나나 그분의 남편의 경험과는 다른 것이었다.(RC Sproul교수는 Conversion과 Conversion Experience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분에 따르면 그것을 혼동함으로써 많은 오류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가르친다. 나는 전적으로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내가 전에 다니던 교회가 그런 혼동가운데 있고 그래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그렇다고 그분을 믿음 없다고 정죄할 것인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에 맞게 구원의 역사를 배푸신 것이다.

결론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죄인됨의 밑바닥을 반드시 경험해야한다는 것은 결코 성경적이지 않은 주장인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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