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12
이뻐요?
(2005.12.06.에 쓴 글)
토요일 아침은 하연이 엄마, 하연이, 그리고 예연이가 모두 한글학교에 가는 날이다. 보통은 한글학교에서 교사로 있는 애 엄마가 애들을 차로 데리고 가서 애들과 같이 있다가 온다. 나는 그 동안 다른 사람의 차를 빌려타고 교회에가서 일을 한다.
지난 토요일은 한글학교에서 각 반별 아이들 발표회가 있었다. 자기 반에서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나와 자신이 쓴 한글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특히 예연이 반에서는 애들이 제일 어린 관계로 부모와 같이 발표를 하게 되어 있어서, 내가 같이 한글학교에 가게 되었다.
오랫만에 네 가족이 모두 차를 같이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엄마는 후다닥 교사회의에 먼저 가고 내가 아이들을 차에서 내리고 교사회의가 끝날 때까지 같이 있기로 했다.
차에서 하연이와 예연이를 내리고 막 들어가려고 하는데, 하연이가 아주 빠르게 낮은 소리로 뭔가 중얼거렸다. 나에게 뭔가를 물어보는듯.. 두세번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게 빠르게 아빠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뭐라고?"
"~&^%$^&****&^%$$"
"응?"
이제서야 약간은 쑥스럽다는 듯이 또박또박 (하지만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내 머리 예뻐요?"
순간 하연이가 이제는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대할텐데, 자신의 외모를 다시 점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럼~~~. 예~~~뿌지..."
내 말에 만족해 하는 하연이...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워하기만 하는 예연이...
하나님이 주신 내 보물들이, 이제는 아빠 엄마의 딸에서 점차 그 역할을 확장해서 여자아이로 자라는 것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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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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