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청년부 말씀을 전한 뒤, 한 형제가 말했다.
"작년에 하셨던 말씀과 하나도 다르지 않게 말씀을 전하시네요..."
말씀의 주제는 이성교제와 결혼이었고, 일년에 가을 즈음에 꼭 한 두 번의 말씀을 그 주제로 다룬다. 내가 전하는 말씀은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시 반복하지 않는데, 이성교제와 결혼에 관한 말씀은 매년 같은 말씀으로 전한다.
사실 전에 말씀을 전한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므로 이번에 전할 때 뭔가 수정할 것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보았지만, 몇 가지 예들을 업데이트한 것을 제외하고는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 없었다. 말씀을 전하기 전에 이 점을 분명히 했고, 작년에 열심히 듣고 기억하고 있었던 그 형제가 역시나 똑 같은 것을 알고는 나에게 장난식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말씀전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는 말씀을 전할 때,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진리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고민한다. 그리고 내 생각과 내 지식과 경험이 그 진리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기도하고, 또 주의한다. 사실 아무리 그렇게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부족한 자이기 때문에 진리가 왜곡될 여지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하나님께 구한다면, 큰 문제가 없이 진리를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설교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진리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전하는 말씀이 진리라면, 그것은 몇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그 진리를 적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메시지의 핵심은 늘 동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진리가 기반을 두고 있는 말씀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년이 지난 후에도 수정할 것을 찾지 못한 것이 어찌보면 나에게는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이번 글로서 100번째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쓰는 동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도 단 한 가지만의 이유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내 안의 깊은 고민을 글로 씀으로써 정리해 나가기 위한 목적도 있고, 때로는 내 개인사의 중요한 기록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때로는 이 세상을 사는 잡담에 가까운 가벼운 이야기들을 남기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이 모든 목적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 신앙의 동역자들에게 내가 주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묵상을 나누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셔서 함께 주님의 일을 하다가 지금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믿음의 동역자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주님의 일을 도모하는 내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에게 내가 주님으로부터 받은 것들을 나눔으로써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그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반응들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 소망을 가지고 시작한 글들이 그들에게 어떤 모양으로든 도움이 되기를 기도한다.
며칠 전에 이 블로그가 아니라 교회의 칼럼에 올린 내 글들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많은 은혜를 받고 감동을 받았다. 자신이 쓴 글에 자신이 감동하는 것을 보면, 웬지 푼수같다는 느낌, 자화자찬 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사실 내가 쓴 모든 글들이 나로 하여금 감동과 은혜를 주는 것은 아니다. 내 개인의 생각,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서 쏟아져 나오는 글들은 대부분의 경우 내 낯을 뜨겁게 한다. 세월이 이 만큼 지난 지금에 돌아 볼 때, 그 생각과 감정들이 얼마나 유치했는지, 그리고 그 지식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천박한 것이었는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글들을 보면 당장 지우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내 마음에 은혜와 감동을 주는 나의 글들은, 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주신 글들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내 안에서 글을 써야만 한다는 강력한 drive가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마치 예레미야가 경험했던 것처럼, 그 글을 쓰지 않으면, 내 마음이 터져버릴 것 같고, 마음이 불붙는 것같은 것을 경험할 때가 있다. 내 안의 묵상과 생각들이 차고 넘치며 주님으로부터 주어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치 누군가의 말을 받아 적듯이 그것들을 쏟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고 내 글들이 성경 수준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그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쏟아 내지만, 후에 알게 된다. 그 글이 나뿐만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를 위한 글이라는 것을...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시고, 나를 통하여 그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나에게 지금까지도 감동을 주고, 은혜를 끼치는 글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런 글들이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닌, 내 안에 차고 넘쳐서 쏟아 낼 수 밖에 없는 묵상들... 그래서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글들... 그 글들이 지금까지 나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진리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로서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도 없고, 깨달을 수도 없는 진리이지만,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깨닫게 해 주신 글들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신앙 안에서 더 성숙해지고, 많은 지식이 더해진 지금 그 글을 쓴다 하더라도 더해지거나 덜해질 것이 별로 없는 그런 글들이 바로 진리에 기반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런 글들로 이 블로그를 가득 채우는 것이 내 소망이다.
그 글들로 인해서 내가 은혜받을 뿐만 아니라, 내 사랑하는 동역자들에게 그 은혜를 나누고, 또한 먼 미래에 다시 그 글을 읽을 내 자신에게 동일한 은혜를 끼치는 그런 글들을 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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