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의 모든 거민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애굽은 본래 이스라엘 족속에게 갈대 지팡이라. 그들이 너를 손으로 잡은즉 네가 부러져서 그들의 모든 어깨를 찢었고 그들이 너를 의지한즉 네가 부러져서 그들의 모든 허리로 흔들리게 하였느니라.(겔 29:6-7)
비록 바벨론이 세력을 얻던 시대에 애굽은 예전과 같은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용을 잃긴 했지만, 그래도 큰 나라였다. 바벨론의 침략을 받은 유다로서는 의지할 바가 애굽밖에는 없었다... 하나님을 제외하고는...
예레미야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의 징벌을 받지 않으려고 하면서, 애굽을 의지하려는 유다백성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였다.
"바벨론은 너희와 너희 조상들의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이다. 그 징계를 받아라. 70년 후면 하나님께서 너희들을 이 땅으로 돌리실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결코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아니었지만, 최후의 순간, 위기의 순간에 자신들의 조상신 야웨가 그들을 보호하시고, 그들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이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들이 그분을 섬기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지만, 그분의 약속만은 믿었다. 그로부터 선택받은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겠다는 약속...
물론 신명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만을 사랑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시고, 그들을 지켜 주신다고 분명히 약속하셨다. 하지만 그 바로 뒤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경고하셨다. 그들이 하나님을 떠나 다른 신들에게 절하고 음란하게 우상들을 섬기면, 그들은 분명히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유다통치자들과 백성들에게는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축복가운데 함께하시고 보호하시겠다는 말씀만 기억했다... 아니, 그것만 듣고 싶어 했다. 심지어 그 조건문 조차도 기억하지 않고, 그냥 보호하시고 지키시겠다는 말씀만 주워 담아 기억한 것이다.
그런 그들은 진정으로 주님을 신뢰할 수 없었다. 만일 야웨 하나님께서 그들을 지키실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면, 그들은 애굽을 의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소위 "믿음"은 바벨론에 항복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거부하는 데 쓰였을 뿐, 하나님께 순종하는 데는 전혀 쓰임받지 못했다.
야웨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했던 그들은, 그들의 심령에서 진정으로 의지할 만하다고 판단한 애굽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들이 진정으로 의지한 것은 애굽이었다. 애굽이 그들의 우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애굽은 "갈대지팡이"에 불과한 것이었다. 연약하여 힘이 없어서,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져 버리는... 그 자신도 똑바로 설 수 없는 그런 지팡이... 하나님의 말씀 대로, 애굽은 힘없이 바벨론에 무너져 내리고, 거기로 망명했던 유다의 잔당들, 예레미야를 끌고 갔던 잔당들은 거기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내가 믿는 하나님. 그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성경의 진리에 근거한 믿음이 아니라면, 그 믿음은 나를 결국 하나님께 불순종하게 만든다. 그 믿음은 진정한 믿음이 아니기 때문에, 갈대지팡이에 불과하지만,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애굽'에 의지할 수 밖에 없도록 나를 이끈다. 결코 하나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그분만을 붙잡고 의지하며 나아가도록 인도하지 않는다. 그런 소위 "신앙"의 끝은 파멸이고 멸망일 뿐이다.
현대를 사는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많이 이런 오류에 빠져 있는지... 그리고 나 또한 그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인지...
오늘도 겸손히 내 '믿음'을 돌아본다. 그 믿음이 얼마나 성경적 진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지... 주님께 간구하며, 통애하는 마음으로 갈대지팡이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반석 위에 내 믿음을 세우는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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