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소풍을 가면 자주 하는 것이 보물찾기였다. 여기저기 숨겨놓은 쪽지를 찾아내서 가져오면, 거기에 맞는 상을 주는 보물찾기... 어떤 친구들은 네 개, 혹은 다섯 개도 찾는 경우가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나 혹은 둘을 찾아서 신나게 선생님께 가면, 선생님이 준비한 상을 주셨다.
나는... 거의 항상...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나에게는 그 "보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로 내 눈 앞에 있는데도 나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옆에서 친구가 손으로 가리켜 보여 줘야 그제서야 보인다는 사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내가 보물찾기 게임에서 상을 탄 적이 있다면, 그것은 친구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 줬거나, 아니면 여러개를 찾은 아이들이 불쌍해서 하나 건네 준 것을 받은 것으로 상을 탄 경우이다. 불쌍한 내 인생...
나는 뭔가를 찾는 것을 잘 못한다. 집에서의 서열이 맨 끝에서 두번째였던 나는 아버지, 어머니, 두 형의 심부름을 많이 해야 했다.(물론 내 유일한 동생인 막내 녀석처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그 심부름이 어디 가서 뭘 찾아오라는 심부름이라면, 나는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을 너무 잘 아는 가족들은 "찾는" 심부름을 거의 시키지 않았다.
결혼 한 뒤, 아내는 그 사실을 잘 몰랐기 때문에, 나에게 뭔가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자주 했다. 그리고 물건을 찾지 못하는 나에게 때로는 비난도 하고, 때로는 한심하게 여기기도 했다. 바로 눈 앞에 있는데 그것을 못 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요즘... 아내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포기를 한 것 같다. 아내가 바쁜 일로 정신없을 때, 가끔씩 나에게 뭔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대부분 잘 찾지 못하는 나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고 체념했기 때문이다.
왜 내 눈에는 그런 것들이 잘 안 보이는 것일까?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가 딱 한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말씀을 볼 때... 성경말씀을 읽을 때는 성경에 담겨있는 보물들, 맨눈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깊은 뜻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쉽게 발견이 된다. 책을 펼치면, 보화로 깔려 있는 땅, 금 광맥과 같이 하나님의 뜻과 진리가 넘쳐나는 것을 본다. 때로는 일별(一瞥)하여 보이지 않는 것도,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보물을 보게 된다.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만지게 되고, 이 세상에서 결코 없어지지 않을 진리가 내 눈에 들어와 박힌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 반대였다면 어땠을까? 세상에서 살면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잘 포착하고, 세상적인 보물들을 그렇게 잘 발견하면서도, 성경에서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세상적으로는 부요한 자가 되었겠지만, 영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가난한 자가 되었을까?
세상의 보물을 향한 나의 눈을 멀게 하시고, 주님의 진리의 보물을 발견하는 눈을 열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다. Spiritual treasure hunter로서 주님이 주시는 영적인 풍성함을 마음껏 누리며 살다가, 주님 앞에 보물을 들고 나아가는 복된 인생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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