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구청에서 공짜로 영화 한 편을 봤다. 약 14-5년만에 영화관 같은 곳에서 본 첫 영화...
<<건축학개론>>
비록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진, 남성의 첫사랑의 판타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였지만, 첫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스토리와 상징과 절제가 절묘하게 이루어진 참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나도 절제하련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들은 첫사랑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함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나는 왜 가슴이 먹먹했을까? 첫사랑과 결혼해서 함께 살면서 매일 보고 있는데...
내 생각에 그 먹먹함이란, 단순히 첫사랑의 기억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90년대 초반을 대학생으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느끼는 노스텔지어... 영화의 세세한 소품에 배여있는 90년대 초반의 분위기에 지극히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시절에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철없고, 순수하고, 서툴렀던 자신의 지나간 과거의 모습에 대한 향수. 그것이 바로 그 "먹먹함"의 원인이리라.
영화의 주제곡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아직도 내 귓가를 맴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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