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1년 7월에 작고하신 신광현선생님 추모식이 있었다. 80학번으로서 나보다 9년 선배이신 선생님. 한창 나이에 위암으로 운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을 기억하며 그분의 죽음을 언타까와하는 분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서 그분이 어떤 인생을 사셨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정승의 개가 죽으면 사람들이 몰려와도 정작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분을 기억하는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슬퍼하는 것은 그분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서울대에 교수로 처음 부임하셔서 개설하셨던 첫 전공과목인 중세영문학시간에 보여 주셨던 학자로서의 매력,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요 남학생들의 감탄의 대상이었던 그 옷맵시와 멋 그리고 훤칠한 키(그 당시 과 사무실에서 일하시던 결혼한 여직원분이 '그분을 볼 때마다 가슴떨려서 말 한 번 못 걸어 봤다'고 했었다.), 친형같은 푸근함으로 감싸 안으시던 그 따뜻한 마음, 티없는 소년같았던 해맑음, 그러면서도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겸손함, 압구정동이 집이고 교수로 부임하자마자 중형차를 타시던 부유한 집안의 배경을 결코 부인하지 않으셨지만 그 온 몸에서 느껴졌던 소탈하심. 그 모든 것이 주변 사람의 감탄의 대상이었고, 그로 인해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모든 것 보다도 그분이 가졌던 학문과 세상을 향한 치열한 고민과 탐구, 그리고 인간을 향한 크신 사랑이 바로 모든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분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분의 수업을 통해서 지식 뿐만 아니라 인간을 배우고 사랑받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것이 학생들을 다른 차원의 삶으로 인도했던 것이다.
오늘 추모사에서 인문대 학장이신 배영수 선생님께서 하신 "여운"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남기고 싶어서 남기는 그것이 아니라, 내가 떠난 자리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여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리고 사랑. 학생들에 대한 애정. 그것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자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에게는 쉽지 않은 참으로 큰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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