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상 앞에 앉아서 논문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잡히지 않아 내내 TV앞에 앉아 있었다. 예상한 것 보다 여당에 표가 몰리면서 인과응보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 정치가 참 큰 일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건전한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힘 있는 소수 정당들이 함께 경쟁하는 건강한 정치문화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선겨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그 중에 어이가 없는 것 한 가지는 호남에서의 선겨 결과를 지역색 강화로 몰아가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맞는 말 같지만 완전히 틀린 분석이다. 지역주의로 몰아가기 전에 주목해야 할 것 두 가지:
1. 호남의 맹주들인 다선 의원들이 끈떨어진 연처럼 떨어져 나갔다. 그것은 그들이 민주당 옷을 입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당선만 시켜주면 민주당에 복당하거나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목포의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쓴소리 한 번 한 적 없다. 하지만 그들은 한심한 표차로 낙선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의정활동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남은 이름이나 지역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위와 활동으로 냉철하게 판단한다. 호남주민들은 코로나 사태와 북한 문제, 사회 정의 등에 대해서 대통령과 여당의 정책을 인정해 준 것이다. 물론 경제에 있어서는 못마땅해 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2. 대구의 김부겸 의원은 대구에서 민주당 당적으로는 결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지성으로 공을 들이며 최선을 다했다. 그가 다른 지역에 출마했다면 당연히 당선이 되었을 것이지만, 그는 그곳을 끝까지 지켰고, 낙선 후에도 "농부는 자기의 밭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영남 지역에는 김부겸과 같은 정치인들이 꽤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이었고,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 보수 진영헤서 호남에 그토록 공을 들이고 노력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 아예 후보를 내지 않거나, 후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구민들이 알지도 못하고, 공감을 전혀 할 수 없는 인물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수 쪽에 표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거기에서 핑크색 점퍼를 입은 의원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왜 그들은 호남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호소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호남의 순천에서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극정성을 다 했을 때, 순천 시민들은 그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다. 민주당 후보의 면면이 성에 차지 않는 것과 이정현 의원의 지극정성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에 보인 이정현 의원의 행보를 보고 순천 시민들이 크게 실망하여 분노하긴 했지만(그래서 21대에는 영등포에 출마해서 한 자리 지지를 받으며 보기 좋게 낙선했다), 그래도 그를 당선 시킨 것은 호남 사람들이었다.
지역주의는 망국적인 것이고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역주의를 그 지역 유권자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영남에서 미통당이 아닌 다른 후보들을 지지한 유권자는 정말 많았다. 앞으로 조금만 더 지나면 거기에서는 지역색이 무뎌지고 단색이 아니라 다색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마찬가지로 호남에서도 파란색 일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치인들이 먼저 자신들이 해야할 숙제를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아예 포기하고 신경쓰지 않으면 그 단색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