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버지...

하연이와 예연이가 더 어렸을 때, 아빠는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맨이었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애들이 뭘 물어 보면 항상 아빠는 답을 알고 있었고, 그 때마다 아빠에 대해서 감탄했다. 그럴 때면 나도 장난으로 "I KNOW EVERYTHING!!!"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고, 아이들은 감탄과 존경의 찬사를 보내곤 했었다.

이제 9살과 7살이 된 지금... 아이들에게 아빠는 더 이상 만능맨이 아니다. 아이들이 이미 아빠의 한계를 보았고, 아빠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지는 좀 되었다.
나는 여전히 장난스럽게 "I KNOW EVERYTHING!!!"이라고 외치며 주장한다. 그럴 때면 예연이가 말한다. "No!" 그리고 나서 내가 모를 만한 질문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반 친구 여자애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를 묻는다. 그것을 통해서 내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려 든다.
하연이는 좀 다르다. 이제 내 장난스런 주장에 별 관심을 안 기울인다. 나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이 그저 간단하게 "No, you don't."라고 말하고 끝이다. 그런 실없는 소리 그만 하라는 듯한 태도...
이제 언젠가 아이들이 더 크면, "I KNOW EVERYTING!!"이라고 여전히 외치는 아빠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Yes!"라고 그냥 맞장구 쳐줄 날이 오겠지...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아빠의 한계를 점점 더 보게 되고, 아빠가 온전히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능력과 지식에서 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그들에게 있어서 아빠의 존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작아져 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신앙생활은 그 반대이다. 내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과 만나고 관계를 맺었을 때, 하나님은 사실 관념의 하나님이었고, 나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분이었다. 내 머리속에서 알고 인정한 것과는 별개로 내 삶 속에서 그분께 아주 사소한 것도 믿고 맡길 수 없었고, 그분이 전지 전능하다는 것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을 점점 알아 갈수록, 그리고 영적으로 성숙해 갈수록,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전지하심, 그분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경외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믿음 안에서의 성숙은 그 아버지를 점점 더 깊이 알아가고 경험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영적인 아버지되신 하나님은, 우리 아이들이 아빠인 나를 점점 더 알아가면서 그 부족함을 보고 한계를 보는 것과는 정반대로, 알면 알수록 더 위대하시고, 더 능력이 있으신 하나님임을 깨닫게 된다. 그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커 갈수록 아빠로부터 독립해가는 것과는 정반대로,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점점 더 의존적이 되며, 그분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삶, 그 분께 완전히 내 삶을 맡기는 그런 삶을 살게 된다.
그것이 믿음 안에서의 성장이다.

오늘 저녁,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그 아이들을 재우면서, 나의 아빠되신 하나님에 대해서 묵상하며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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