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마이클 조던을 무척 좋아 했었다. 그의 농구 실력은 가히 그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예술이었고, 그의 사람됨에서 풍겨나오는 카리스마가 매력적이었다. NBA의 최고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정말 보기 드문 스타였다.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창 때 그가 받았던 연봉은 3천만불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광고나 기타 수익까지 합치면 1년에 6천만불을 벌어 들였다는 이야기도 기억난다. 만불이나 십만불 정도면 그 돈이 얼마나 큰지 감이 잡히는데, 백만불 이상을 넘어가면, 그건 "엄청나게 많다" 혹은 "매우 크다" 정도의 느낌을 주는 숫자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잘 감이 안 온다. 6천만불이면 나처럼 가난한 유학생의 (마이클 조던이 활약했던 당시로 볼 때) 일년 생활비인 (많게 잡아서) 2만불의 3천배 정도 된다는 것, 다시 말하면 지금처럼 생활한다면 3천년을 살아갈 수 있는 액수라고 환산을 하고난 뒤에야 그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조금은 깨닫게 되는 정도다.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액수를 단 일년에 벌어들이는 놀라운 능력의 사람... 그가 마이클 조던이다.
시카고 불스가 우승을 하느냐 아니면 2등에 머무느냐는 절대절명의 순간. 점수는 엎치락 뒤치락 몇 초 남은 순간까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는 그 때, 가장 확실하게 점수를 내서 끝을 맺을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 순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조던에게 기대를 걸고, 그가 농구공을 농구대의 링 가운데로 통과시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지켜보고 있다. 그 중압감 속에서 경기는 다시 시작하고, 몇 초 남지 않은 순간, 팀은 최선을 다해서 슛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작전과 노력 끝에 기회는 왔고, 바로 그 때 공은 조던의 손을 떠나 링으로 향한다. 마치 슬로 모션으로 보는 것과 같은 클라이맥스의 순간, 공은 링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불스는 NBA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시카고는 축제의 분위기가 되고,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조던의 기술과 과감함에 찬사를 보내며 그를 칭송한다.
이것이 바로 조던으로 하여금 1년 동안 6천만불을 벌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에게나 찾을 수 없는 재능이 있다. 그것은 농구 공을 링에 꽂아 넣어서 통과 시킬 가능성이 그 누구보다도 높게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가 속한 팀이 공 넣기 작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같은 이 한편의 장면 뒤에는 자본주의와 그의 핵심인 시장경쟁의 논리가 그대로 깔려 있다. 마이클 조던은 농구라고 하는 스포츠의 시장에서 희소성을 가진 능력과 인격의 소유자이다. 그에 대한 수요는 너무 많고, 그와 같은 능력을 가진 자는 극히 드물다(아니 그 혼자일 뿐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그의 "값"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책정이 되고, 그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그를 고용하는 자가 생겨난다. 그는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한 승자이다. 그는 희소한 재능을 타고났고, 그 재능이 최대한으로 발휘되게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한 자였고, 노력과 재능이 최대한으로 꽃 핀 결과로 모든 경쟁에서 최고의 승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승자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는 것이 마땅하며 그 대우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6천만불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연봉이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차피 세상은 경쟁이고 부정한 수단을 쓰지 않는다면 그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삶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우 단순화 해서 볼 때, 농구라는 게임은 작은 공 하나를 동그란 링 가운데로 통과시키는 게임이다. 복잡한 규칙이 있지만, 그 규칙 내에서 공을 원에 통과 시키면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그것을 최고의 기술로 성공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6천만불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기술 자체가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인가? 무슨 기술이든지 조던 급의 기술이 있다면, 그 정도의 재능과 노력이 있다면, 같은 액수를 벌 수 있을까?
(다음에 계속...)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이 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