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보며...

나는 유행에 매우 둔감한 사람이다. 유행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한 번 입은 옷은 다 떨어지거나, 아내에 의해서 버려질 때까지 입는다. 나에게 편하면 그만이지, 남들이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는 내 관심 밖이다.
그런데 올 해는 유난히 캠퍼스의 여학생들의 유행이 눈에 들어온다. 부츠차림에 몸에 딱 달라 붙는 바지를 입는 것(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하연이의 언니 뻘되는 어린 여학생들을 보면서 '내 딸들이 곧 저렇게 입고 다니겠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유행에 매우 민감한 것 같다. 그 유행을 주도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에게 매년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은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유행은 순환하기 때문에 유행이 지난 몇 년 뒤에 약간 바뀐 스타일로 다시 유행하기도 하지만, 매년 지속되는 변화의 트렌드에 여성들은 매우 민감한 것 같다.

여성들의 옷차림처럼 인생과 환경은 늘 변화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도 늘 바뀐다. 작년에 나에게 원하셨던 것을 올해도 동일하게 원하시지는 않는다. 그분은 시간과 관계없이 돌아가는 원리나 법칙이 아니라 살아계신 인격이시다. 작년에 내가 한 행위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더라도, 그 동일한 것을 그분을 오늘도 기쁘시게 할 수는 없다. 늘 그분의 마음과 뜻을 살피며, 그분이 "지금"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물론 하나님께서 영혼을 구원하시기를 원하시고, 하나님을 진정한 하나님으로 인정받는 것을 기뻐하시는 큰 틀에 있어서는 결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삶의 개별적인 일에 있어서는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신앙이 관성에 빠지고 제도화 되어가면서 타락하게 된다. 습관과 타성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 안에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사랑과 경외가 사라지고, 자신의 욕심이라는 우상으로 가득차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늘 하던 대로 신앙생활하는 것은 타성 가운데서 정작 그분을 놓치는 길로 가는 것이다.
마치 젊은 여성들이 유행에 매우 민감하며, 그 유행이라는 바람결에 실려 가듯이, 변화되어가는 하나님의 뜻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믿음이고 싶다. 그곳에 나의 영적 안테나를 한 껏 치켜 세우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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