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목장모임에 가기 전에 아이들 방에서 아이들과 오랫만에 놀았다.
각자의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하연이...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예연이...
갑자기 예연이가 말했다.
(텍사스 사투리가 약간 섞인 어투로) "Daddy! I need a homepage. Can you make it for me?"
"왜?"
"I just need it..."
"홈페이지 만들려면... 서버를 구해야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홈페이지를 꾸며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인데..."
"I wish I had it."
"뭐하려고?"
"I want to make a game, and put it on the homepage..."
"무슨 게임?"
"A toilette game..."
"Toilette?"
"Yes. I want to make a toilette game. A player flushes Hayun into the toilette... It'll be fun!"
그러면서 물에 빨려서 내려가는 몸짓을 하며 몹시 즐거워했다.
'언니가 그렇게 밉나?' 혼자 생각하며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하연이의 눈치를 살폈다. 의외로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아니 오히려 웃고 있었다.
하연이가 태어난 후, 둘째를 난다면 딸이 태어나기를 바랬었다. 아무래도 동성의 형제들이 더 친하게 잘 지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바램대로 예연이를 보내 주셨고, 두 살 터울의 아이들이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자주 싸우고, 울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예연이가 언니를 얼마나 생각하고 위하는지 잘 알고 있다. 곧 있으면 언니 생일인데, 자신의 돈을 많이 써 가면서 언니 선물을 준비하는 예연이를 보면서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이제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갈 두 딸들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물론 지금은 언니를 flush하고 싶을 정도로 밉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십대를 지내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은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이 싸울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철이 들고 나와 아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는 유일한 혈육으로 서로 사랑하며 의지하며 살게 될 것이라 믿는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이 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