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전에 비행기를 경유하면서 자주 가 봤던 곳. 하지만 실재로 비행기장 바깥의 LA를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도시였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가 보고 싶어해서 이번 여행의 경유지로 택했다.
오랫만에 경험해보는 대도시였다. 넘쳐나는 차들과 사람들, 넓게 퍼진 도시. 온갖 종류의 문화가 어우러진 곳. melting pot이론보다는 pizza형 모델에 더 적합한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서도 살아본 나인데... 오스틴에 살면서 시골사람이 다 되었나보다. 넘쳐나는 사람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도시의 경계, 그리고 무엇보다 험악하게 운전하는 LA 운전자들을 보면서 도대체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서 오스틴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
LA에서 하루 반 나절 정도를 머물렀다. 하지만 상습적인 교통체증으로 인해서 다녀본 곳은 계획했던 것만큼 많지 않았다. 길에서 쏟아부은 아까운 많은 시간들... 도시의 비효율...
첫날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Getty Center였다. Museum 건물 자체와 그 안에 소장된 희귀한 그림들 때문에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도착시간이 너무 늦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밖에 없었다. 흥분한 아내... 그리고 이런 데를 왜 왔느냐며 시큰둥한 아이들... 그 사이에서 어정쩡한 나...
그림에는 특별히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예술과 자본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Pop culture가 형성되기 시작한 20세기 초 이전만 하더라도 예술은 가진 자들의 사치, 혹은 장식품이었던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았다. 예술 중에서 미술과 음악(특히 classic)은 아직까지도 상류층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는 Naturalism 이후, 혹은 이미 그 이전부터 자본 혹은 상류층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났는데... 등등 몇 가지 생각이 떠 올랐다.
그날 저녁 산타모니카 해변에 잠깐 들른 후, Korea Town의 한 중국식당에서 봉수형제를 만났다. 약 2년 전까지 청년부에서 동역자로 섬기던 형제... 그 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었지만, 얼마나 반가왔던지... 만나서 각자의 교회생활, 복음, 주님의 은혜, 그리고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하면서 주님 안에서 한 지체된 자들의 은혜로운 교제를 만끽할 수 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LA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말로만 듣던 Long Beach로 향했다. 말 그대로 백사장이 길었다. 금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이 없었다. 거기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로서는 태어나서 두 번째(2007년 한국에서의 경험이 처음이다)로 본 바다였다. 특히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은 처음이었다. 아이들은 매우 단순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특기가 있는 듯 하다. 우리가 거기서 한 대부분의 '놀이'는 모래사장에 서서 파도를 맞이하는 것. 파도가 밀려오기 전 물에 잠기지 않는 모래 위에 서 있는다. 그 후 파도가 밀려오면, 무릎까지 잠기고, 파도가 빠져 나갈 때, 발 밑에 있는 모래를 쓸어가기 때문에 균형을 잃게 된다. 게다가 파도가 밀려 갈 때, 내 몸이 뒤로 쓸려가는 느낌 때문에 더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것을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다. 한참을 같이 서서 그 '놀이'에 집중했다. 나중에 다른 일정 때문에 그곳을 떠나야 할 때 아이들이 얼마나 서운해 했던지... 하연이와 예연이는 이번 여행의 best를 Long Beach에서의 그 '놀이'로 꼽았다.
다음으로 간 곳은 Hollywood와 Beverly Hills... 하연이가 제일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다. 거기서 몇 주 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던 Kodak 극장과 유명 배우들의 발모양과 손모양이 바닥에 찍힌 곳이 있는 Chinese Theatre 등을 돌아 보았다. 화려한 건물과 장식... 아카데미시상식이 있는 주간에는 Hollywood와 Beverly Hills의 마약 소비량이 일년 중 최고로 많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즐거워서 일주일 내내 마약파티를 하거나 낙망해서 마약으로 상심을 달래야 하는 그들... 불쌍한 인생들...
(어렸을 때 좋아했던 The Carpenters 앞에서 찍은 사진)
역시나... 그냥 하나의 거리... 그리고 큰 집이 있는 주택가를 돌아 봤다는 느낌 외에 별 다른 소감은 없었다.
그날 저녁.. 봉수형제가 다시 저녁식사를 한 번 더 하자고 제안해 왔다. 일정이 잡혀 있었던 중요한 실험까지 미루면서 우리 가족이 떠나기 전에 꼭 같이 식사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식사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교통체증에 꽉 막혀 몇 시간을 길에서 허비한 후에, 아쉽지만 그날 만남은 포기하고 숙소가 있는 Palm Springs라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서 저녁 9시 30분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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