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Las Vegas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Zion Canyon에서는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를 만끽하는 기쁨을 누렸다면, Las Vegas에서는 인간의 죄악으로 인한 가슴아픔을 경험했다. 죄악의 도시와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연의 극한 대비를 하루만에 경험했다.


Zion Canyon에서의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채 Las Vegas로 향했다. Las Vegas는 별로 가고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 곳에는 좋은 호텔이 싼 값으로 제공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Zion Canyon에서 LA로 가는 길에 어디엔가는 머물러야 해서 Las Vegas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하연이와 예연이는 우리가 돌아보는 관광지보다 오히려 호텔에 더 관심이 많았고, 좋은 곳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잠자는 것을 너무 좋아했기에 시설이 좋은 곳에 머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Priceline에서 본 Las Vegas의 South Point호텔은 환상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잔뜩 기대를 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도심으로부터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그 호텔은 그 크기가 우리를 압도했다. 엄청난 크기의 호텔, 그리고 넓은 주차장... 새로 지은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며 우리의 기대는 더 부풀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1층에 문을 들어서는 순간 우리를 맞이한 것은 담배냄새와 도박장이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두 가지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인상을 찌뿌리며 호텔 front로 가서 수속을 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front는 문 입구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는 도박장 반대편 끝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따라서 도박장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방에서 여장을 풀고나서 우리 가족은 의견이 둘로 나뉘었다. 밖에 나가지 말고 호텔에 머물다 다음날 아침에 일찍 LA로 바로 출발하자는 쪽(아이들과 나)과 그래도 이곳에 왔는데, 몇 개의 무료 쇼를 보러 나가자는 쪽(아내)으로 팽팽하게 나뉘다가 결국 일단 나가기로 하고, 차를 몰로 그 유명한 호텔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넘쳐나는 사람들... 화려한 건물들... 쇼들... Las Vegas의 Strip을 잠깐 돌면서 나는 몇 가지를 보았다.

자본
거대한 호텔들, 건물들... 화려한 장식들... 라스베가스의 trademark인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들을 보면서 자본의 위력을 생각했다. 등 하나, 문고리 장식 하나 하나가 모두 거대 자본의 소산이며, 그 자본들의 경연장이 바로 Strip에 모두 모여 있었다. 돈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그 광경... 약간 소름이 돋으며 거부감이 느껴졌다. 거대 자본으로 더 많은 자본을 빨아들이는 문어와 같은, 혹은 고래와 같은 모습... 그 거대 자본의 화려함 아래 지하에 그 어느 도시보다도 더 많은 homeless들이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하의 동굴과 하수구 속에서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살며, 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생존싸움을 하는지... 거대 자본의 호텔은 바로 그 패배자들 위에 서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파왔다.
동시에 도시의 화려함의 가식이 느껴졌다. Venetian 호텔을 둘러보며 나는 100년 전의 Coney Island를 연상했다. 그 호텔과 비슷한 화려함으로 방문자들에게 절제되지 않은 육적 쾌락을 선사했던 그곳... 이제는 불타 없어져버리고 흔적만 남은 그곳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예감... 그리고 그 화려함의 뒷면에 있는 그 허무함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왠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종이조각에 불과할 것같은 느낌... 그래서 건물을 직접 만져보며 느껴보기까지 했다. 차가운 느낌의 단단한 돌덩어리... 하지만 그 건물들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허무함과 공허함은 가시지 않았다.



도박
그 거대 자본이 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은 도박을 통한 자본의 증식이었다. 어디를 가나 넘쳐나는 도박장들... 호텔 로비에 설치된 수 많은 도박기계들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들... 시내의 도박장에서 쏟아져나오고 들어가는 수 많은 인파... 재미로, 혹은 진지하게 일확천금을 노리는 그들은 그들의 헛된 망상이 결국 거대 자본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그들은 밤새도록 홀로 버튼을 누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은 무엇을 좇고 있는가? 

마약


호텔에 있던 안내문이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중에서는 유일하게 여기서만 이런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호텔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마약사용이 공공연하게 용인되는 곳... 그곳이 Las Vegas이다. 거대한 자본이 제공하는 화려함과 도박의 "쾌락" 속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유일한 위안이 되는 것이 바로 마약이 아닐까?

우상
Las Vegas의 Strip은 우상들의 천국이었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 불상들을 비롯해서 온갖 종류의 신상들이 난무하는 곳... 물론 그들을 종교적으로 "숭배"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결국 그 우상이라고 하는 것들이 인간의 쾌락과 번영과 안전을 향한 욕구의 형상화물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Las Vegas가 우상들로 넘쳐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도시는 결국 인간욕망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도시인 것이다. Strip에서 그 수많은 우상들 속에서 예수님과 십자가의 모습은 어디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세상의 온갖 우상들이 넘쳐나는 그곳에서 십자가는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섹스
 호텔에 처음 들어 섰을 때 본 것은 도박하는 사람들 사이로 야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서빙하는 여자들이었다. 서빙을 하는데, 왜 그렇게 야한 복장을 해야만 하는지... 길거리의 포스터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창녀들... 돈을 주고 섹스를 살 수 있는 안내문을 뿌리는 멕시컨들... 심지어 가장 건전하다는 분수쇼조차도 섹시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곳이 바로 Las Vegas였다. 돈과 도박과 마약과 우상은 섹스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Las Vegas... 
그 도시의 별명(the city of sin)대로 죄악이 관영한 곳이었다. 하나님이 없이 인간의 죄악된 본능과 욕구가 그대로 분출되는 곳...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가족은 만장일치로 밖으로 나가기로 한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결론을 내렸고, 아내는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 했다. 차라리 그냥 호텔 방에서 쉴걸...
언젠가 극동방송을 들으면서 어느 목사님이 Las Vegas에 들러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말을 설교시간에 하는 것을 들었다. Las Vegas에 다녀온 지금... 도대체 그 "즐거운" 시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입가에 미소를 띄게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경험하면 할수록 인상이 찌뿌려지고, 가슴이 아프고, 하나님의 진노와 아픔과 슬픔이 더 깊게 느껴질 뿐이었다.

죄악의 도시... 주님의 날에 그 도시에 임할 그분의 진노를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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