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때로는 밥을 먹고 있는 내 자신이 식충이나 동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회에서 제 구실도 못하면서, 능력도 없으면서, 꾸역꾸역 밥을 축내는 내 자신을 보면서 느끼는 느낌이다.
그럴 때면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가득 차 오른다.
내 스스로가 가치없는 인간으로 보이고, 삶이 무의미해진다.
'나같은 인간은...' 하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나님 앞에 죄악된 생각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창세 전에 나를 품으시고, 나를 창조하신 그분의 뜻과 계획을 온전히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스스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 의지와 상관 없는 창조주의 의지의 결과이다. 그분은 목적을 가지고, 사랑 안에서 귀하게 나라는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런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결과가 바로 내 스스로에 대한 혐오인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혐오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나에 대한 주권이 나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은 피조물인 나를 귀하게 여기신다.
내 스스로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기도 하다. 그것은 그런 생각이 내 자신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 사회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사람들은 존재 가치가 없는 듯한 그런 태도, 능력이 없는 자들과 장애를 가진 자들을 멸시하는 태도가 바로 같은 마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사악한 생각이다. 인간은 그 누구든지 간에 인간인 그 자체로서 존귀하고 이 땅에 존재할 가치를 충분히 가진다. (사실 매우 드물게 이런 원칙이 적용되기 매우 힘들어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귀한 자이고, 다른 모든 것을 떠나 그 자체로서 존중받고 이 땅에 살 권리를 보장받아야 마땅한 존재인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것이 내가 능력이 있고,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날이 갈수록 뼈저리게 느낀다.
그분은 나를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무능력한 그대로 받으신다. 그분의 자녀로 나를 품으신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은혜와 사랑으로 품으신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아닌가?
내가 오늘도 밥을 먹고 생존하며 이 땅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마치 내가 무슨 중요한 사람이나 된 듯한 태도를 가지고 자신있게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다. 나를 창조하신 그분 때문이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그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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