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북"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수(사실 보수라기보다는 수구가 더 정확하지만)진영에서 진보진영을 비난할 때 어김없이 사용하는 형용사이다.
정치적으로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는 가운데 서로를 비난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단어든지 가져다 쓰면서 상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이 정치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들을 비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보수의 정치적 논리와 편의에서 사용되는 "종북"이라는 비난조의 단어가 소위 일부 기독교에서, 교회와 목사들에 의해서 마치 그것이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오용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자 한다.
일부 대형교회와 많은 중소규모의 목회자들을 북한을 빨갱이이고 악이기 때문에 반공, 멸공, 승공이 하나님의 뜻이고, 따라서 마치 기독교 교리의 중요한 일부인 것처럼 설파하며 교인들을 오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반공, 멸공, 승공은 기독교의 복음과 상관 없는 구호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보수적(보다 더 정확히 발해서 수구적) 정치 이념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기독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김홍도 목사는 너무나 잘 알려진 예이고, 이번 총선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기독자유민주당도 그런 좋은 예이다.
북한이 악인가? 공산주의가 악인가? 마귀인가? 하나님의 적인가? 복음의 적인가?
물론 어떤 면에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그들이 어떻게 해서 악이 되는지, 혹은 악으로 규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정신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북한을 (특별히 북한 정권을) 선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맞다. 그들은 악이다. 하지만, 왜 그들이 악인가? 독제체제라서 그런가? 물론 그럴 수 있다. 민주주의를 절대적인 신앙으로 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독제 체제는 악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 독제체제는 악인가? 그 체제 자체가 악으로 규정될 수 있는가?
아니다. 결코 그럴 수 없다. 성경에서 보여주는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왕이신 절대왕정이다. 거기는 결코 민주주의가 발을 붙일 수 없는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다. 지극히 완전하시고 선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완벽하게 왕이 될 만하고, 되어 마땅한 존재이신 하나님이 왕위를 차지하고 있긴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하늘나라의 정치체제는 독재정치이다.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서 죽이시면서까지 백성들을 사랑하는 왕, 공의와 사랑으로 다스리는 왕, 존재의 무게 자체가 완전히 다른 탁월한 존재인 왕이긴 하지만 독재는 독재다. 만약 민주주의가 지고의 선이고, 독재가 극한 악이라면 하나님 나라는 독재가 아니라 민주정치를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재는 그 자체로 성경적인 악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하나님 앞에 모두 죄인들이고 아무도 더 낫다고 볼 수 없는 인간들 사이에서는 불완전하지만, 그나마 최선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일지 모른다. 하지만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주장했던 것처럼, 뛰어난 철학자들에 의한 통치가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 요컨데, 민주주의 그 자체가 기독교의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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