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출퇴근 길 이용하는 마을버스 안에 있는 화면을 통해서 보여지는 아이돌 그룹들의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잘 훈련되고 잘 만들어진, 하지만 혼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기계(혹은 자동인형) 같다는 것이다.
음악을 통해서 낭만과 사랑과 현실의 어려움에 대한 위로를 받아왔던 나에게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자본주의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상품화된 그들의 소위 "음악"이 진열대의 하나의 상품처럼 친근감이 없다. 오히려 재벌의 행태를 본받아 그 전철을 밟아가는 연예기획사의 그 막강한 힘이 느껴져 거부감이 더해갈 뿐... 영혼 깊숙히 울리는 울림이 아니라, 말초신경의 감각에 호소하는 그들의 춤과 노래는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천편 일률적인 춤과 노래. 혹독한 훈련과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갖혀 사는 그들이 오히려 불쌍하다. 지금은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지만,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용도폐기가 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참 암울할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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