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31에 다른 곳에 썼던 내 글)
미국 생활, 특히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그리 넉넉치 못한 경제적 형편과 공부의 고달픔, 그리고 장래의 불안 때문에 그리 녹록치는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도 어려운 삶은 이겨내도록 돕는, 그리고 나중에 공부가 끝나고 나서도 그리울 그런 작은 기쁨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학생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있는 집은 또래 아이들끼리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며 마냥 즐겁게 놀면서 마음대로 이 집 저 집을 드나드는 것, 급히 도움이 필요할 때, 이웃에 쉽게 손벌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보다는 훨씬 더 개방적인 한국 학생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어 그 안에서 맛보는 인간적인 즐거움은 참으로 인상적인 것이다.
그 중에 나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은 목장모임... 목장이라는 것은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구역 대신에 붙인 이름으로 세 가정에서 일곱 가정 정도가 한 목장을 이루어 매 주마다 정해진 시간에 만나서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보는 소그룹 모임이다. 내가 속해 있는 목장에는 여덟 가정 정도가 소속되어 있고 그 중 여섯 가정 정도가 정기적으로 모여서 교재를 나눈다. 나는 거기서 목장을 인도하는 목자로 섬기고 있다.
목장모임... 이는 그저 교회에서 정해준 소그룹 모임의 수준을 훨씬 벗어나는 가족과 같은 관계이다. 어려운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신앙을 가지고 서로 격려하며 한 모임을 이루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참 아름답다.
얼마전에 가정의 문제 때문에 한국에 방문해야 했던 한 지체가 있었다. 모두들 그를 위해 얼마나 기도했는지... 얼마나 마음 졸이면서 한국에서 날라오는 소식을 기다렸는지... 또 한 가정에서는 태어난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를 학업 때문에 한국에 보내야 했는데, 그 아기를 보내는 목장 식구를 보면서 내 마음이 왜 그리도 쓰린지... 그리고 애를 보내 놓고 힘들어 하는 그 엄마를 보면서 얼마나 안쓰럽고 가슴 아픈지... 목장 식구들 중에 한 사람이 알레르기로 무척 고생하여 목장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집에 드러 누워 있었을 때, 그 먼거리를 길도 익숙치 않으면서도 밥과 반찬을 해 들고 찾아가 위로하는 또 다른 식구, 그리고 예연이가 아파서 교회에 못간 아내가 식사도 제대로 못했을까 염려해서 감자탕을 준비한 가정... 한국에서 돌아온 형제가 시차 적응이 안되었을까봐서 밥과 김치, 반찬을 해들고 와서 밥 꼭 챙겨먹으라면서 건네주었던 자매...
작은 마음씀씀이... 작은 정성... 마치 내 일인양 신경쓰고 마음... 모두가 우리 목장을 영적인 가족으로 묶어주는 참으로 아름답고, 결코 작지 않은 섬김이고 사랑의 모습이라는 것을 하나님은 인정하시리라 믿는다. 이런 공동체에 속해있고, 이런 공동체를 섬기는 나는 참으로 축복받은 존재이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이 목장의 리더로 세워 주셨지만, 나는 오히려 우리 목장의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고 그 안에서 유학생활의 힘과 기쁨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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